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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 e 지식 - 16-56 생각의 틀 깨기 Vol.5 보편타당한 원칙에 비추어 본 전태일 평전 조영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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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틀 깨기 Vol.5

보편타당한 원칙에 비추어 본

전태일 평전『 』

조영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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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타당한 원칙에 비추어 본 전태일 평전『 』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변호사

1. 서론

전태일은 년 월 일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고 외치면서 근로기준법1970 11 13 ‘ ’

을 손에 쥐고 분신자살했던 살의 청년이었다 서울 동대문 청계피복시장의22 .

근로자였던 그는 중학교 과정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학력이었지만 스스로 문

제의식을 가지고 학습하여 현장 운동조직 바보회 를 만들어 이끌면서 노조를‘ ’

설립하고 노동운동을 했다 그는 당시 사업장의 비인간적이고 열악한 근로조. ,

건의 개선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다가 현실의 장애에 직면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전쟁 이후 사업장에서 노동운동 전개 과정에서 발생한 최초의 노동자6 25‧

분신사건이었던 전태일의 죽음에 대해 당시 신문들은 적지 않은 보도를 했다.

노동부는 관련 근로감독관을 해직시켰고 한국노총은 창동교회에서 전태일의,

장례식을 거행하였으며 전국연합노조 청계피복지부를 결성하는 등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식인 사회에 준 충격은 컸다. . 11

월 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생들이 가칭 민권수호 학생연맹 준비위원회16 ‘ ’

를 발족한 것을 계기로 서울대 상대와 문리대 이화여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 ,

학생들이 노동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농성 추도식 시위를 벌여 월 일 무, , 11 20

기휴교령을 내리도록 만들었다.1) 전태일의 죽음을 접하고 전태일이 직접 쓴

일기 편지 등의 수기를 읽은 적지 않은 지식 청년들은 노동현장에 투신했다, .2)

그런데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를 받던 어느 한 지식인이 수년간의 수배기간

중 이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에 주목하여 그가 남긴 일기 편지 지인들과의, ,

인터뷰 등을 토대로 그의 일생을 전기 형태로 저술하여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전태일의 삶과 사상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그의 삶과 사상이 세계 역사,

1) 이원보, 『한국노동운동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면, , 2005, 110, 121, 123 .

2) 안경환, 『조영래평전』 강, , 2008, 2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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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국내 역사 그리고 미래를 위해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렇게 비인간,

적인 차별과 착취 억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상세하면서도 설득력과 호소력이 있는 저자 자신의 견해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전태일과 같은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가의 부당한 착취와 지배로 인

한 참담한 현실의 비인간적인 고통은 개인의 성품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제도

의 문제라는 관점을 반복하여 일관되게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의 비인.

간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지배에 길들여진 다수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역사의 주인임을 자각하여 노예의식을 버리고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조직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소수의 자본가들과 사회 전체적인 제도

를 상대로 전태일과 같이 자유와 용기를 발휘하여 불굴의 투쟁을 전개해야 한

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계급투쟁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거의 한마디도 사.

용하지 않고 사상적 거부감을 거의 느끼지 않도록 하는 가운데 계급투쟁주의

이념의 핵심내용들을 전태일의 삶과 글을 통하여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수년간의 철저한 준비 끝에 년 가을에 완성된 이 책의 초고는 년1976 1978

월에 불이여 나를 감싸 안아라 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일본어로 먼저 출간11 ,『 』

된다.3) 국내에서 이 책이 처음 출간될 당시는 공화국 시기였던 년이었5 1983

다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모두 정부 당국의 강한 탄압을 받던 시기였으므로.

저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출간되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판매금지조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더욱더 은밀한 루트를 통해 널리 전파되었다. .

이 책의 영향력에 대해 서울법대 안경환 교수는 지하 금서 상태에서 수만 수“ ,

십만 독자의 가슴을 두드리고 혼을 빼앗았다 고 까지 표현했다” .4)

이 책은 당시 학생운동을 하던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고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학생운.

동이 대중화되어 대학의 학생운동의 주도권을 잡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

를 했다 그리하여 수많은 학생 운동가들은 제적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또.

는 졸업한 후 전태일의 삶을 본받고 전태일과 같은 고통을 당하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노동자들의 근로현장으로 대거 찾아 들어가게 된다 그들은 학력을.

그대로 공개하면 취업이 되지 않으므로 고학력을 감추고 취업했다 이들 소위.

위장 취업한 학출 학생운동 출신의 줄임말 노동자들은 산업현장에서 주간에는( )

열심히 일하고 야간에는 학습조직을 만들어 학생운동 과정에서 학습했던 계급

투쟁 이념을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헌신적으로 가르쳤다 이들을 좌경세력으로.

규정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규제 속에서도 망을 세우고 골방에서 열정과 긴

3) 안경환 전게서, , 229면.

4) 안경환 전게서, , 2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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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감 속에서 계급투쟁의 노동운동 이념을 학습하는 근로자조직은 전국에서 활

발하게 활동했다.

년 노태우 후보에 의한 선언이 있을 때까지 전국의 산업현장에1987 6 29 ,‧

서는 학생운동 경력의 근로자들이 현장의 노동자 대중들에게 계급투쟁적 노동

운동 이념을 가르치는 활동이 비밀리에 광범위하게 전개되어 오고 있었다.

년 광주항쟁 이후 년 대학자율화 조치 이전까지 학생운동 관1980 5 18 1983‧

련 제적 인원이 천여 명이 넘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노동현장으로 투신하여,

활동했다.5) 노동자 대폭발이 일어나는 년 월까지 그리고 그 이후 지금1987 7 ,

까지 전국의 노동현장에 투신한 학생 운동가들을 총 집계해 보면 수천 명이,

넘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전태일은 계급투쟁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지향하는 모델과

같은 존재다 전태일 평전 의 저자는 년 선언 이후 밝혀지게 되는. 1987 6 29『 』 ‧

데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조영래였다 그와 서울법대 동문이자 민주, .

화운동을 함께 했던 장기표는 전태일 평전 이 노동운동에서 차지하는 의의를『 』

정확하게 평가한 바 있다 그는 노동운동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태일 평전. 『 』

은 기독교의 성경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전태일 복음서 라고 했다 나아가 노‘ ’ .

동자 해방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전태일 자신은 인류를 죄로부터 해방

하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기독교의 예수와 같은 존재이고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 여사는 예수의 모친 마리아와 같은 존재이며 전태일 평전 의 저, 『 』

자인 조영래 변호사는 신약성경의 가장 많은 부분을 저술한 바울과 같은 의미

를 가진다고 평가했다.6)

수많은 계급투쟁적 노조 활동가들이 노조 위원장에 선출되어 노동운동의 결

의를 다지려 할 때 참배하는 곳은 마석의 모란공원 내 이른바 민주열사 묘역

의 전태일 묘지다 이는 계급투쟁주의 노동운동 역사에서 전태일이 차지하는.

의미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한국 노동운동의 양대 노선 중의 하나인 계급투쟁주의 노동

운동 지도자들이 되었거나 그들의 교육자 스승 역할을 했던 수많은 헌신적인,

현장 투신 학출 노동자들의 필독서이자 기본 입문서였다 지금도 노조 활동가.

들에게 가장 많이 애독되는 책의 하나다.

그런데 자유시장주의에 근거한 제도와 질서를 적대시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게 하여 우리나라 계급투쟁주의 노동운동의 폭발적 성장에 기여한 전태

5) 뉴라이트전국연합 민주노총 충격보고서,「 」, 116면.

6) 조영래 전태일 평전,『 』돌베게, , 1990, 3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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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평전의 관점은 보편타당한 원칙에 비추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중에.

알려진지 년 가까이 지나도록 전태일 사건 이 압도적으로 전태일 평전 의30 ‘ ’ 『 』

관점과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균형적 관점에서 전태일 사건 을 검‘ ’

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고교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근현대사 도서 중 전태. 『

일 평전 이 손꼽히고 있고 최근 역사교과서에서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높,』

이 평가되는 인물도 전태일이라는 점에서 전태일 사건 을 균형적 관점에서, ‘ ’

새롭게 평가하여 현재 계급투쟁주의의 편향적 평가가 압도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태일 평전 근저에 있는 편향된 철학과. 『 』

사상의 부당성을 보편타당한 관점에서 검토 분석하여 바로 잡아야 한다.

전태일 평전의 관점 검토 계급투쟁주의 이념2. -

계급투쟁주의 이념의 기본 관점(1)

계급투쟁주의 이념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계급과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 사이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본다.

즉 어느 한 계급의 이익은 다른 계급의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인식한다, .

모든 계급의 이익을 같이 보호 성장시킬 수 있는 보편타당한 원칙들은 존재하‧

지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정의란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공정하고 타당하게 보.

호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지배자인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버리고 다수의 피

지배자인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모든 시대의 도.

덕 종교 법률 철학 등과 같은 소위 관념들은 본질적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 ,

반영하는 것이므로 지배적인 도덕 종교 법률 철학 역시 지배계급의 이익을, , ,

반영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관점을 가진다 이처럼 모든 철학은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관점을 당파적 철학관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정의의 기준은 시간 공간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입, ,

장을 견지한다 지배자의 정의와 피지배자의 정의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

올바른 기준이 시간 공간 및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보는 것을 상대적인,

정의관이라고 한다 올바른 기준은 시대와 공간 상황에 따라 동일하고 변하지. ,

않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적이고 당파적인 철학관은 누구에게나 즉 지배자이든 피지배자이든 생, ,

산수단의 소유자이든 비소유자이든 소수의 강자이든 다수의 약자이든 모두에,

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타당한 기준인 보편타당한 원칙은 존재할 수 없다고 주

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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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상대적이고 당파적인 철학관을 타당하다고 믿으면 다수의 사회적,

약자의 최대이익 추구와 보편타당한 원칙이 충돌하는 경우 보편타당한 원칙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게 된다 다수의 이해관계를 타당성보다.

앞세우는 관점이다.

상대적 당파적 철학관의 근거(2)

상대적 당파적 철학관의 기초를 이루는 대 원천은 변증법적 유물론 유물사3 ,

관 계급투쟁 사관 그리고 정치경제학이다 이하에서 각각의 개요만 간략히 살( ) .

펴보도록 한다.

유물론1)

유물론은 인간의 사유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질의 산물이자 반영일 뿐이라

고 인식한다 엥겔스는 우리의 의식과 사유는 그것이 아무리 초감각적인 것으. “

로 보인다고 해도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기관인 뇌수의 산물이다 물질이 정신.

의 산물이 아니라 정신이 물질의 최고 산물일 뿐이다 라고 주장했다.” .7) 엥겔스

는 변증법 철학은 궁극적 철학이 가지는 절대적 진리와 이에 상응하는 인류“

의 절대적 상태에 대한 모든 표상을 해체한다 이 철학 앞에는 궁극적인 것. ,

절대적인 것 신성한 것이 아무 것도 성립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한 바 있다, .” .8)

유물론에 의하면 모든 진리는 상대적 가변적이므로 영원히 불변하는 보편적, ‧

원칙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적 유물론 계급투쟁론 과 정치경제학2) ( )

계급투쟁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 에서 인간의“『 』

관념 견해 생각 즉 인간의 의식은 그 물질적 존재 조건 사회관계 사회생활, , , , ,

이 변함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그렇게도 깊은 직관을 요하는

가 라고 말하고 있다?” .9) 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적용

한 기본 관점이 유물론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엥겔스가 인간세. “

계 역시 끊임없는 역사적 발전 과정에 있는 물질이며”,10) 국가 정치질서는“ ,

종속적 요소이며 시민사회 경제적 관계들의 영역이 결정적인 요소이다, , .”11)라

7) 강유원 옮김 프리드리히 엥겔스 루드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 』이론과 실천, , 2008, 33면.

8) 강유원 옮김 전게서, , 15면.

9) 남상일 옮김 마르크스 엥겔스 지음 공산당선언 백산서당, , , , ,『 』 1989년 면, 110 .

10) 강유원 엥겔스 전게서, , 35면,

11) 남상일 마르크스 엥겔스, , , 전게서, 7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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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 주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즉 국가와 국법이 경제관계에 의하여 규정되. “

고 국법에 의해 지배되는 국가는 지배계급의 지배도구 라는 것이다”, “ ” .12)

모든 시대의 지배적 사상은 항상 지배계급의 사상이었다“ .”13)라고 하면서,

부르주아지가 프롤레타리아트를 지배하는 체제에서 법 도덕 종교 따위는 바“ , ,

로 그만큼의 부르주아적 편견과 똑같으며 그 뒤에는 그만큼의 부르주아적 이,

익이 매복해 있을 뿐이다.”14)라고 하고 나아가 당신의 법이란 것이 실상은, “

당신의 계급 의지 즉 당신의 계급의 경제적 존재조건에 의하여 그 본질적 성,

격과 방향이 규정되는 의지가 법제화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15)라고 규정한다.

또한 부르주아지들이 자연과 이성의 영원한 법칙들로 여기는 것은 생산의 진“

보 속에서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역사적 관계인 현재의 생활양식과 소유형태로

부터 나오는 것일 뿐이며 이를 영원히 불변하는 법칙으로 여기는 것은 이기적,

인 그릇된 생각일 뿐 이라고 비난한다” .16)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는 억압자와 피억압“

자가 항상 서로 대립하면서 싸워온 계급투쟁의 역사 라고 보았다” .17)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길드 장인과 직인 등 한마디로 억압자와 피, , ,

억압자가 항상 서로 대립하면서 때로는 은밀한 때로는 공공연한 싸움을 벌인,

것으로 주장하였다 부르주아지 시대 자본주의 시대 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 ( )

아트 노동자 라는 양대 적대적 진영으로 분열되어 투쟁하는데 이 프롤레타리( ) ,

아트가 부르주아의 지배를 폭력으로 타도 정치권력을 장악해야 한다고 보았,

다 피지배자였던 프롤레타리아트가 정치적 지배자가 되어 부르주아로부터 일.

체의 자본을 무력으로 빼앗고 모든 생산도구를 프롤레타리아트가(by force)

지배하는 국가의 소유로 만들어버리면 계급적대의 조건이 사라지므로 계급과

계급 적대의 낡은 부르주아지 사회 대신 우리는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

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조건이 되는 단체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

다.18)

레닌 역시 계급투쟁을 통하여 낡은 제도를 제거하고 새 제도를 창조해야 한

다고 주장하였다.19)

상대적이고 당파적 철학관과 보편타당한 원칙들의 부정3)

12) 강유원 전게서, , 74, 75면.

13) 남상일 마르크스 엥겔스 전게서, , , , 110면

14) 남상일 마르크스 엥겔스 전게서, , , , 84면.

15) 남상일 마르크스 엥겔스 전게서, , , , 103면.

16) 남상일 마르크스 엥겔스 전게서, , , , 103면.

17) 남상일 마르크스 엥겔스 전게서, , , . 51면.

18) 남상일 마르크스 엥겔스 전게서, , , . 53, 87, 91, 115, 119면.

19) 남상일 마르크스 엥겔스 전게서, , , .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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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증법적 유물론의 철학은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영원히 실

재하는 것은 영원히 변화하고 발전하는 물질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타당한.

가치와 기준인 원칙들과 같은 관념들은 물질의 변화와 함께 변화하는 가변성 ․

상대성을 가진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절.

대적인 보편적 원칙들은 없다는 입장까지 나아가게 한다.

타당한 원칙들을 담고 있는 법률 종교 철학 등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

지배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지배수단일 뿐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이러한 낡은,

지배를 전복할 때 함께 없애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사고로까지 이어진다 마르.

크스는 자유 정의 등 어떠한 사회에도 공통적인 영원한 진리들이 있다고 하“ ,

지만 공산주의는 영원한 진리 모든 종교나 도덕을 새로운 토대 위에서 구성, ,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폐지한다 고 함으로써 보편타당한 원칙들을(abolish).”

담고 있는 종교들에 대한 근원적인 적대의식을 명확히 했다.20)

마르크스의 학설은 철학은 일정한 계급적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사회적 의식“

형태”21)라고 본다 이를 철학의 당파성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당파성의 원칙은. .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성립과 발전의 기초를 이룬다.22) 변증법적 유물론의 가

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이 당파성이다.23) 무 당파성이라고 하는 사상은 부“ ( )無

르주아 이데올로기의 계급적 성격을 호도하는 부르주아적 사상이다.”24) 라고

매도한다 무당파적인 보편적이고 타당한 원칙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다.

이러한 철학관은 원칙들이 가진 시간적 공간적 주체적 보편성을 부인한다, , .

타당성에 주목하지 않고 이해관계 즉 당파성을 우선한다 노동자계급의 당파, .

성과 충돌하는 보편타당한 원칙들을 지키지 않도록 하는 사고로 연결된다 다.

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보편타당한 원칙들을 지키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그릇된 사고의 원천이 바로 이 상대적이고 당파적인 철학관이다.

상대적 당파적 계급투쟁 철학의 부당한 부분과 극복 방안3.

원칙들은 물질의 산물인 인간의 사유가 만들어 낸 관념일 따름인(1)

가?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재인가?

20) 남상일 마르크스 엥겔스 전게서, , , . 113면.

21) 녹두편집부 세계철학사, I『 』도서출판녹두, , 1985, 88면.―이 책은소련의철학교과서를번역한것이다 필자(

주).

22) 녹두편집부 전게서, , 92면.

23) 녹두편집부 세계철학사,『 Ⅱ』도서출판 녹두, , 1985, 277면.

24) 녹두편집부 세계철학사, I『 』도서출판 녹두, , 1985, 8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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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에는 누구든지 지키면 좋은 결과를 얻고 지키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되는 타당한 원칙들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존재한다 인간은, .

보편타당한 원칙들을 지킬 자유와 지키지 않을 자유는 있어도 원칙들을 지키

지 않고서도 그 필연적 결과인 좋지 않은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지

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불공정하게 하고 거짓말을 하며 상대방의 인격을 존. ,

중하지 않고도 상대방으로부터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을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

다 원칙을 지킬 것이냐 안 지킬 것이냐에 대해 선택할 자유는 있으나 선택한.

행동이 원칙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따라 초래되는 결과까지 선택할 자유는 없

다 행동의 결과는 원칙을 지켰는지 여부에 따라서 원칙이 지배한다. .25)

따라서 원칙들은 인간이 스스로 의식이나 능력 즉 사유로 만들어 낸 것이,

결코 아니다 원칙은 인간의 의식과 능력으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적으로 존재하.

고 원칙의 지배력은 인간의 의식과 능력으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

어느 누가 스스로 원칙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아

무리 강하게 부정하더라도 그것은 객관적으로 엄연히 존재하고 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원칙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도 원칙위반 행동에 부여되는.

좋지 않은 결과를 회피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세상에 거짓말하지 말라는 원. ,

칙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정직하지 않고 거짓말을 반복한다면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정직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도 신뢰를 잃지.

않을 길은 없는 것이다.

원칙을 인간의 의식이나 관념이 만들어낸 것처럼 인식하여 그것을 인간의 능

력으로 없앨 수 있거나 그것의 지배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사고는

잘못된 것이다 원칙은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해 존재하는 객관적 실재이.

다.

의식의 창조자를 물질로 보는 것이 옳은가(2) ?

유물론에서는 인간의 의식을 진화한 물질인 뇌수의 산물이라고 본다 이와.

반대로 물질이 의식의 산물일 수는 없다고 한다.

자연 및 인간세계의 존재 연원에 대하여 창조론을 믿든지 진화론을 믿든지

간에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의 의식보다 생명과 의식이 없는 물질이 먼저 가시,

적으로 인식되며 존재하였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인정한다 창조론의 관점에서.

25) 김경섭 옮김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 『 7가지 습관 김영사, ,』 2004, 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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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생명과 의식이 없는 물질인 빛 물 땅 하늘이 생명과 의식을 가진 존재들, , ,

보다 먼저 가시적으로 존재하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선재성이 곧 창조성은 아니다 시간적으로 앞서 존재하였다고 해서.

뒤에 존재하게 된 것을 창조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설령 가시적 존재들.

인 동물과 사람의 의식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존재한 물질이 진화하여 생명을

가진 가시적인 존재와 의식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물질이 생명과,

의식의 창조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올바른 질문은 물질이 인간의 의식보다 먼저 존재하였느냐 여부가 아니라, ,

물질 생명 또는 인간의 의식이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하는 존재인가 이다“ , ?” .

인간의 생명과 의식이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하거나 창조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 또한 인간이 물질인 자신의 육체나 세상의 자연 만물을 스스로.

의 능력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데 유물론자들은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물질은 스스로를 창조하여 존

재하며 영원히 운동하는 존재라고 주장하고 그렇게 믿어버린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가시적인 존재인 유형적 물질과 무형적 생명과 의식 중 유형적인 존

재인 물질이 먼저 존재하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나중에 존재하게 된 것은 그에 앞서 존재한 것이 창조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는 없는 것이다 유물론이 옳다면 물질이 의식보다 선재하였다는 점이 아니. ,

라 물질 그 자체가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하고 스스로를 창조할 능력이 있는,

존재라는 점을 명백한 근거를 가지고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유물론은 가시적.

선재성만 입증하였지 물질 스스로가 스스로를 창조할 능력을 가진 존재이며

스스로 존재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근거들을 제시

하지 못하고 있다 물질 스스로의 창조성과 자존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물질을 창조자이자 자존자로 주장하고 믿어버린다.

인간은 물질과 생명과 의식으로 구성된 존재이며 이른바 가장 최고도로 진,

화하였고 가장 많은 능력을 가졌다고 여겨지는 존재다 이런 인간도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창조하고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생명과.

고도의 의식까지 가진 존재도 스스로 존재할 능력이 없는데 아무런 생명도 의,

식도 없는 물질이 스스로 존재할 수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보는 것 자체가 무

리이고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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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가시적으로 존재하였던 물질이 진화를 거듭하여 생명적 존재가 되고

나아가 고도의 의식을 가진 인간이 되었다고 보는 진화론이 옳다고 가정하더

라도 아무런 생명과 의식이 없는 물질이 이러한 진화적 속성을 스스로 창조하,

여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되지 않는다 물질이 진화적 속.

성을 가진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 속성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창조하여 가진 것

인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것인지를 다시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물론자들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오직 선재성만을 가지고 물질이 처

음부터 스스로 존재하는 힘을 가졌다고 단정한다 인간 동물 식물 물질 중. , , ,

오직 물질만이 처음부터 스스로 창조하여 존재하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유물론자들은 물질의 자존성에 대하여 근거를 더 깊이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물질이 스스로 창조하여 존재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볼 근거가 시간적 선재성

말고 달리 있는 것인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아무런 생명과 의식도 없는 존재.

인 물질이 스스로 존재할 능력을 가졌다고 볼만한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

들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낮은 수준의 의식적 존재인 식물 동물 또는 고도의. ,

의식적 존재인 인간과 마찬가지로 물질 역시 스스로 창조하거나 존재할 능력,

이 전혀 없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질 식물 동물 인간을 포함하여 중 오직 물질만이 스스로 존재하는 힘을, , ( )

가졌다는 유물론의 주장은 시간적 선재성만 가지고 창조성 내지 자존성으로

논리적 비약을 한 것이다 납득할만한 근거가 없는 부당한 인식인 것이다. .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물질 식물 동물 등 모든 유형적이며 자연적인 존재, ,

들은 스스로 존재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유형이든 무.

형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스스로 존재할 능력이 없다고 단정해야 하는 것일

까 모든 존재들은 스스로 존재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할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반대로 스스로 존재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 존재들이 있다면 스. ,

스로 존재할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고 보는 관점도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스스로 존재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이 존재만이 스스로 존재할 능,

력을 가지지 못한 모든 존재들인 물질 생명 의식들의 원천적 근원적인 존, , ․

재라고 보는 시각도 가능하다 스스로 존재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

그 존재는 스스로 존재하는 능력을 갖지 못하는 존재들이 가진 속성인 물질,

생명 의식 인격 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일 수 있다 어떤, ( ) .

존재도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속성을 다른 존재에게 줄 수는 없다고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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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물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물질이 의식을 구속하는가 인간을 구속하는 것은 무엇인가(3) ? ?

유물론은 물질의 의식에 대한 선재성을 근거로 인간의 주관적 의식은 객관적

인 물질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회적 의식인 법률 종교 도덕 등은. , ,

사회적 물질인 경제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물질 즉 외부적 환경. ,

이 변화되어야 인간의 의식도 변화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인간의 의식은 물질적 존재인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또한 물질적 존

재인 환경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자유로운 힘도 가지고 있다 인간.

에게는 환경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운 마음 즉 자유로운 지,

성 감성 의지 양심이 있다, , , .

예를 들어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 중에는 과도한 재산을 추구하려는 탐,

욕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탐욕을 버리고 타당한 원칙을 지켜 정당한 이익만,

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아가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남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노동자 중.

에는 탐욕이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물질에 대한 과도한 탐욕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강제적 물리력이 인간의 의식의 자유를 완전하게 박탈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

로 폭압적으로 행사되는 경우에도 인간의 의식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

은 불가능하다 거의 모든 자유가 박탈된 것처럼 보이는 히틀러 치하의 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로고 테라피 라는 새로운“ (Logo-therapy)”

정신치료 방법을 창안한 유명한 정신과의사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하고 있

다 강제수용소가 인간으로부터 많은 자유를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 ,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

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은 이것이 옳다는 것,

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진리이다.”26) 아무리 강포한 폭력도 자유를 가진 인간,

의 의식이 그 폭력 앞에 자신의 자유를 넘겨준다는 결정을 하지 않는 한 인간,

의 자유로운 의식을 지배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물질적 존재인 환경의 구속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의식은 환경의 영향력을 상당히 받지만 자신이 자. ,

26) 이시형 옮김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 』청아출판사, , 1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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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지로 허락하지 않는 한 완전하게 지배당하지는 않는다 물질적 환경의 영.

향력을 극복할 수 있는 인간 의식의 자유의 힘을 물질적 존재가 의식을 구속

한다는 논리로 완전히 부정해버린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한편 모든 환경이 주는 영향력으로부터도 벗어나 자신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이 가진 이 커다란 자유로운 의식의 힘으로도 도저히 벗어날 수 없

는 힘이 있다 그것은 보편타당한 원칙의 존재와 그 원칙이 인간의 행동의 결.

과를 지배하는 힘이다 인간은 인간의 힘과 능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고.

시대와 공간의 차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원칙들을 지키거나 지키지 않을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그 선택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까지.

좌우할 능력은 결코 부여받지 못했다 원칙을 지키는 행동에게 주어지는 좋은.

결과 회복과 성장 와 원칙을 지키지 않는 행동에게 주어지는 좋지 않은 결과( )

악화와 퇴보 를 회피하거나 좌우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가지고 있지( )

않다.

인간의 자유로운 의식 마음 을 구속하는 것은 물질적 존재가 아니다 보편적( ) .

이고 타당한 원칙들이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인 행동을 지배한다 인간.

은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행동이 원칙을 준수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 결과가

결정되는 소위 원칙의 지배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물질적 존재의 구속성.

이 아니라 행위의 결과를 지배하는 원칙의 구속성이라는 명제가 타당하다.

원칙 등과 같은 관념들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4)

것인가 시간과 공간이 변해도 변함없이 동일한 절대적인 원칙이?

있는가?

유물론은 모든 철학 종교 도덕 법률 등과 같이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낸 관, , ,

념들은 영원히 변화하고 운동하는 물질을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관념.

들은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대성을 가지며 시간의 흐름 속에 영원히 변,

하지 않는 절대적인 관념은 없고 오직 모든 것은 변한다 는 그 사실만이 영원“ .”

히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과 능력으로부터 독립된 객관적 실재인 원칙들의 존재 형

태와 표현 형태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나 그 핵심 의미와 존재,

사실은 공간의 차이나 시간의 흐름에서도 변함이 없는 불변성과 절대성을 가

진다 예를 들어 인간은 마땅히 공정하고 정직하며 인간을 존중하고 양질과. , , , ,

우수를 추구하며 이웃과 사회 및 인류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것 등의 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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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존재 형태와 표현 방법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정의를 구현하.

는 구체적인 법률의 모습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공정해야 하고. ,

정직해야 하며 인격을 서로 존중해야 하고 양질과 우수를 추구해야 한다는, ,

원칙들의 핵심 개념과 존재는 시간의 흐름 장소와 상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존재한다 바른 법률은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그 핵심 개념은 언제.

나 어디서나 동일하다.

원칙들은 변화하는 물질의 구속을 받는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전

제 때문에 원칙 즉 진리 의 상대성과 가변성이 도출되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 , ) .

은 변화하는 물질적 존재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지성 감성 의지, , ,

양심을 가진다 한편 인간이 가진 이 자유도 원칙의 준수 여부를 스스로 선택. ,

할 자유일 뿐 자유로 선택한 행동이 원칙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결과,

를 지배하는 힘에서 벗어날 자유는 전혀 없다 인간의 자유로운 의식이 원칙의.

존재와 내용과 지배력을 부정하거나 변화시킬 힘은 없다.

시간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물질이 변하더라도 의식의 자유는 유지될 수 있

다 그러나 그 의식의 자유로도 보편타당한 원칙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

고 원칙들이 지배하는 힘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다, .

그리고 인간 의식의 양심은 언제 어디서나 바르고 타당한 원칙을 추구한다.

시간과 공간이 변하고 물질과 의식이 바뀌어도 타당한 원칙은 변하지 않고 엄

연히 존재한다.

모든 철학 윤리 법률 등은 이해관계를 반영한 당파성을 가지는(5) , ,

가 이해관계를 초월한 무당파적 보편타당한 원칙들은 없는가? , ?

당파성은 변증법적 유물론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27) 계급투쟁주의

는 모든 철학은 일정한 계급적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사회적 의식형태 이므로“ ”

당파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무당파적이고 보편타당한 원칙들의 존,

재 자체를 부정한다.

역사적으로 한 시대를 지배했던 많은 법률 종교 도덕 중에는 보편타당성을, ,

가지고 있지 않아 특정 소수의 지배자에게만 유리하고 다수의 피지배자에게는

불리한 내용들이 일부분 또는 대부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타당하다고 주장.

한 법률 종교 교리 도덕의 가르침 등에도 사실은 이를 주장하고 가르친 사람, ,

27) 녹두편집부 세계철학사,『 Ⅱ』도서출판 녹두, , 1985, 27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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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자신에게만 유리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부분들이 존재할 수도 있고 수많, ,

은 지배자들이 법률 종교 도덕 등을 자신들의 부당한 지배를 위해 사용해온, ,

사실이 있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법률 종교 도덕 중 부분적으로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부분적으로 지, ,

배자들의 부당한 지배에 이용당했다고 해서 어떤 경우에도 이해관계를 초월하

는 초당파적인 보편타당한 원칙들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진정으로 보편타당한 원칙들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이해관계를 초월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마땅히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 정직해야 한다는 원칙 인간, , ,

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 우수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원칙 기여하고, ,

봉사해야 한다는 원칙 등은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지배자나 피지배자 누구에게

나 적용되는 원칙이다 지배자들이라고 해서 이 원칙들을 지키지 않고도 이 원.

칙들을 위반함으로써 야기되는 나쁜 결과를 피할 수는 없다 이처럼 이해관계.

를 반영하지 않고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누구나 지켜야 하는 보편타당한 원칙

들과 그러한 원칙을 담고 있는 철학 도덕 종교 등은 분명히 존재한다, , .

무릇 바른 법률은 초당파적 무당파적 타당한 원칙들을 담고 있어야 한다.‧

국가의 법치주의가 올바로 서려면 입법 행정 사법의 제반 분야에서 보편타‧ ‧

당성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할 것을 법.

관에게 요구한다 그러나 국회의원 판사 검사 행정부 공무원 변호사 등 법. , , , ,

률 전문가들 중에는 법률 적용에 있어서 강자와 약자 귀족과 서민 재벌 내지, ,

사용자와 근로자로 편을 나누어 약자 서민 근로자 등에게는 관대하게 강자, , , ,

귀족 재벌 내지 사용자에게는 엄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법률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이해관계 초월적인 보편타.

당성에 반하는 법률 인식이다.

법률이 강자 귀족 재벌 내지 사용자에 대하여 그들의 권력과 금력 때문에, ,

적용이 관대해지는 것도 누구에게나 엄정하게 적용되어야 할 법률의 보편성에

반하는 잘못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법률이 법적용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당파적.

법률관 때문에 강자 귀족 재벌 내지 사용자에게는 더 엄해지고 약자 서,‧ ‧ ‧

민 근로자들에게 관대하게 적용되는 것도 법률이 마땅히 가져야 할 보편성에‧

반하는 잘못된 사고이다.

불의한 강자가 있는 반면 정의로운 강자도 있을 수 있다 정의로운 약자가.

있는 반면 불의한 약자도 있다 힘의 강약은 정의와 무관하다 사회에는 정의. .

로운 강자와 불의한 약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도록 하는 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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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투쟁주의에는 존재한다 전태일 평전 어디에도 의로운 강자 부자 국가기. , ,『 』

관 담당자들은 언급되지 않는다 모든 지배 억압을 전부 불의한 악으로 본다. , .

모든 강자는 불의하다고 보려는 것이 상대적 당파성 철학이 가진 대표적인 부

당한 관점이다.

정의는 강자와 약자 서민과 귀족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불문하고 차별 없이, ,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적용대상의 보편성은 바른 법률이 가져야 할 기본성격이.

다.

다수의 약자의 이익과 소수의 강자의 이익을 나누어 다수의 약자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고는 쉽게 반박하기 어려운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이 계급.

주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기초적인 신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대.

단히 교묘하게 정의로운 법률과 원칙들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잘못된 사고다.

정의를 이익과 타당성 중 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하게 만든다는 점이 첫째 부당

한 부분이고 다수의 약자와 소수의 강자를 나누어서 보편타당한 법과 원칙들,

도 나누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법과 원칙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점이 둘째로

부당한 부분이다.

타당한 원칙은 이해관계와 구별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무익보다 유익을.

추구하므로 이익이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모.

든 이익이 정당화될 수 없다 오직 바르고 타당하며 의로운 이익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 불의한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이익보다는 정의를 더 우선해야. .

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와 정의를 구별하고 당파성보다 타당성을 우선해야 한. ,

다는 사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에서 공통적

으로 발견된다.28)

다수의 약자의 이익이라고 해서 당파성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약자나 가난한 사람들은 도움을 주거나 연민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그들의 이

익을 정의 또는 불의를 분별하지 않고 추구하는 것이 무조건 정의일 수는 없

다 연민과 정의를 혼동하게 한 것도 다수의 당파성 옹호론의 부당성이다. .

다수와 소수 약자와 강자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불문하고 유익을 추구하되, , ,

정당한 유익만을 추구하는 자세가 원칙에 부합하는 자세이다 보편타당한 원칙.

들을 지키면 지키는 모든 사람에게 정당한 유익이 실현된다 소수의 지배하는.

28) 윤재근 편 논어 동학사 면 박기봉 역주 맹자 비봉출판사, II , , 2007, 279~283 ; , , , 2005,『 』 『 』

면 성열 편역 부처님 말씀 현암사 면 잠언 장 절 개역개정 성경 출애2~4 ; , , , 2009, 659 ; 10 12 , ;『 』

굽기 장 절 개역개정 성경 등 참조23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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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에게도 누려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것이고 다수의 피지배 약자에게도,

보호받을 수 없는 부당한 이익이 있는 것이다 다수의 피지배 약자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일견 타당해 보이는 개념을 내세워 실제로는 다수 약자들의 불의

하고 부당한 이익까지도 보호하려 함으로써 보편타당한 이익 내지 원칙을 외

면하도록 하는 것이 당파적 철학관이 가진 교묘한 폐해다 이렇게 교묘하게 위.

장된 잘못된 당파적 법률관 또는 당파적 정의관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직시하

고 경계해야 한다.

다수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보편타당한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단기적,

으로는 다수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은 보편타당한 원,

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다수의 이익도 실현되지 않는다 원칙이 행동의 결.

과를 지배하는 것은 다수와 소수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급투쟁주의 철.

학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이익을 위해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하여 자본가의 소

유를 폭력적으로 타도하고 모든 생산수단을 강제로 국유화하고 분배를 평등화

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인식과 행동은 다수의 이익을 내.

세워 보편타당한 자유 존중의 원칙과 유익 양질 우수의 원칙을 지키지 않․ ․

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의 노동자들은 자유시장주의 체제의 근로.

자들보다 더 많은 인권침해와 더 많은 빈곤으로 고통 받았다 당파성의 원칙관.

을 가지면 이익의 충돌이 필연적이어서 상호 투쟁 갈등 대립이 끊임없이․ ․

발생하게 된다 맹자의 가르침과 같이 공동체는 구성원들 간의 이익 충돌로 안.

정과 평화가 위협받게 된다 당파성이 정의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시각이다. .

전체의 무당파적 이익이 아닌 다수의 당파적 이익만을 배타적 독선적으로 추‧

구하게 만듦으로써 무당파적 전체 이익을 가져오는 보편타당한 원칙들을 부인

하게 만든 것이 당파적 철학의 부당한 부분이다.

강제력을 통해서라도 정의 다수인 계급의 이익 를 추구해야 하는(6) ( )

가 아니면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가? ?

계급투쟁주의 철학은 자본가와의 계급투쟁을 통해 다수인 노동자계급의 이익

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이 정의 라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노(justice) .

조를 조직화하고 파업 등과 같은 단결된 힘으로 소수의 자본가의 탐욕을 억제,

하여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힘으로 계. (by force)

급이익을 관철시킨다는 의미는 사용자인 기업을 압박하여 기업이 양보하지 않

을 수 없도록 강제력을 동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익의 관철을 위해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계급투쟁주의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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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자칫하면 상대방의 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할 정도로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

도 정당화할 수 있다 법률이 허용하는 쟁의행위를 넘어서 불법적인 쟁의행위.

나 불법적인 점거 등과 같이 기업의 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를 관철하고자 하는 노조활동이 자주 발견되

는 이유는 이와 같이 계급이익 관철을 위해 강제력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다

는 사고에 그 근원이 있다.

자신들이 다수이므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소수인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입장을 수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사고는 수용 거부라는 상대방

의 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대단히 위험한 사고

다 상대방의 인격존중 원칙과 자유존중의 원칙에 반하는 사고다 강제력은 원. .

칙적으로 자신의 선택의 자유가 상대방의 부당한 강제력에 의해 침해될 때 자

유를 수호하기 위한 방어 차원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상대방.

에게 강요하기 위하여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유의 본질에 반한다 이는 자.

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자유의 본질까지 침해하고서도 스스로는 정당하다

고 인식하게 할 수 있는 대단히 악성적인 사고다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부당한 수단과 방법도 정당화된다는 위험한 사고와 맥을 같이 한다.

공산주의 혁명 과정에서 친 가족을 밀고하고 학살하며 수십 수백만 명의 인,

명을 학살하고도 이를 정당화했던 철학이 바로 목적을 위해서는 강제력 폭력( )

으로 상대방의 자유를 빼앗아도 된다는 이와 같은 철학이다 자본가의 지배와.

독재는 미워하면서도 정작 프롤레타리아트는 자본가 세력을 상대로 폭력을 행

사해서라도 지배와 독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급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

방의 이익과 자유를 폭력으로 빼앗아도 된다는 사고다 목적으로 원칙 준수를.

내걸고 실질은 원칙을 위반하는 관점이다 정의를 추구한다고 내세우며 사실은.

정의를 파괴하는 위장된 불의다 이는 노사관계에서 이익을 위해서 상대방의.

자유와 이익을 침해하는 폭력을 유발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노사관계 개선.

을 위해서 반드시 버려야 할 잘못된 철학이다.

계급간의 투쟁인가 원칙 준수와 원칙 위반의 대결인가(7) ? ?

계급투쟁 사관은 인류의 역사에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간의 투쟁이 역사를

진보시키고 정의를 실현시킨 투쟁이라고 본다 소수의 강자가 다수의 약자를.

지배해온 지금까지의 잘못된 역사를 시정하기 위하여 다수의 약자가 소수의

강자의 지배를 폭력으로 타도하고 스스로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약자가 소수 강자의 지배조건인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철폐하여 생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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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을 사회화하면 인간의 인간에 대한 지배가 사라지고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

다운 사회가 도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모든 지배와 억압은 생산수단의 사유화에서 발생하고 모든 지배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며 차별을 만들어낸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프롤레타리아트는 선하기 때문에 지배권을 가지더

라도 악한 지배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선과 악은 생산수단의 사유 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부자가 탐욕스럽고 빈자를 억압하며 착취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생산수단,

을 소유한 부자가 타당한 이익을 추구하고 빈자를 존중하며 공정하게 보상할

뿐만 아니라 빈자를 위해 봉사 기부 희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 ‧

지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프롤레타리아트가 타당한 이익을 추구하고 타,

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프롤레타리아트도 자신만

의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고 타인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트는 독재를 해서라도 폭력으로 자본의 지배 질서를 타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보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더 광범위

한 인권의 침해 학살 자유의 억압이 발생했던 것임을 지난 세기의 인류 역사, ,

는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 원칙을 추구하는 양심과 원칙을.

외면하는 이기적 에고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와는 무

관하다 생산수단 소유자에게는 양심은 없고 에고만 있으며 생산수단을 소유. ,

하지 않는 프롤레타리아트는 에고는 없고 양심만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대단

히 위험하고 잘못된 전제다.

모든 지배가 인간을 억압한다는 사고 역시 잘못된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타.

당한 질서가 없으면 무질서 혼돈 강자만의 지배 만인 대 만인의 투쟁만이, , ,

발생한다 지배와 질서는 있어야 한다 다만 타당한 바른 지배인가 아니면 부. . ,

당한 잘못된 지배인가로 나뉠 뿐이다 타당한 지배 즉 타당한 원칙이 지켜지. ,

는 질서가 있는 곳에서만 인간은 진정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

결국 인류의 역사를 발전시켜온 투쟁은 계급간의 투쟁이 아니라 원칙 준수와

원칙 위반의 대결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원칙 준수적 힘과 원칙 위반.

적 힘 사이에 수많은 전쟁과 갈등 및 대결은 계급 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

다 이러한 대결은 개인의 내면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직의 내부에서. , , ,

조직 상호간의 관계에서 국가의 내부에서 국가 상호간의 관계에서 계급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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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계급 상호간의 관계에서 전개된다, .

대결 중에는 당사자들이 서로 각자의 이익을 위하여 서로 부당한 입장을 가

지고 싸우는 투쟁도 많다 그러나 인류를 성장 발전시킨 투쟁은 원칙을 지키. ‧

려는 측과 이를 방해하려는 측의 싸움이었다 계급투쟁 중에서도 지배계급의.

불의에 맞서서 정의로운 피지배계급이 계급투쟁을 전개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불의한 피지배계급이 정의로운 지배계급을 전복한 사례도 있다 모든 계급투쟁.

이 의로운 투쟁은 결코 아니며 모든 계급투쟁이 역사를 성장 발전시킨 것도, ,

아니다 역사를 성장 발전시킨 것은 투쟁의 형태와 관계없이 원칙 준수와 원. ‧

칙 위반 간의 대결이었다 계급간의 대결뿐만 아니라 개인 내면 조직 내부. , ,

조직간 국가 간 등 수많은 대결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이 대결에서, .

원칙준수를 돕는 힘을 성장시키고 이를 효과적으로 행사하여 원칙 준수를 방

해하는 힘을 지배하거나 배제시켰을 때 인류는 개인적 조직적 국가적인 회‧ ‧

복과 성장 발전을 이루었다.‧

원칙 준수와 원칙 위반의 대결은 언제 어디서나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

이다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국가 상호간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원칙을 지키려는.

세력과 이를 방해하는 세력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인간의 끝없이 계속되는 이 대결 속에서 원칙을 지키는 힘이 승리하여 계속하

여 원칙을 지키는 정도를 높여가는 것이야말로 모든 인간이 발전 성장하는‧

길이다.

보편타당한 원칙에 비추어 본 전태일 평전4.

보편타당한 원칙에 부합하는 내용들(1)

전태일은 평화시장의 무려 만여 명에 이르는 수많은 근로자들의 참혹하고2

도 비인간적인 노동 현실을 고발하고 이를 개선해 보려고 했다 전태일이 활동.

하던 당시 그곳에서는 대부분 대 초중반의 어린 여공들이 허리를 펼 수도10

없고 햇빛을 볼 수도 없으며 환기도 되지 않는 먼지구덩이와 같은 열악한 작

업 장소에서 근무를 해야 했다 휴일도 거의 없이 매일 평균 열여섯 시간의 장.

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최소한의 생계도 유지하기 어려운 저임금을 받으며

생활해야 했다 가난과 직업 관련 질병 비인간적 처우들이 만연해 있는데도. ,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한다고 하는 근로기준법은 제대로 지켜

지지 않는 지옥과 같은 불의한 현실이 전개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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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은 동료 근로자들의 비참한 노동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고통 받는 약자

들에 대한 뜨거운 연민과 부조리에 대한 강렬한 의분을 가졌다 그는 불의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지 않는 근로현장의 참상을 실태조

사를 통해 확인한 후 노동청에 진정하고 언론에 공표하며 시위를 전개하는 등

의 노동운동을 전개했다 이를 통하여 근로기준법이 지켜지고 임금 수준도 향.

상되는 사업장을 만들고자 헌신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평화시장 사업장.

의 고용주들과 정부 당국은 거듭하여 개선 약속을 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

고 오히려 불의한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전태일과 동료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단속과 탄압을 자행했다 이에 전태일은 살의 젊은 생명을 분신자살이. 22

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희생시킴으로써 불의한 현실의 비참한 근로조건을 알

려서 이를 바로잡고자 했다.

전태일 평전 의 내용들을 보편타당한 원칙에 비추어 보면 그 책의 상당히『 』

많은 부분들은 보편타당한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우리의 양심을 감동시킨다 따라서 우리가 배울 만한 가치, .

있는 것들을 풍성하게 제공하고 있다.

전태일은 자신이 활동하는 삶의 일터의 현실에서 사업주들이 정의로운 법률

을 지키지 않고 공정한 보상이나 인간에 대한 존중 등의 타당한 원칙들을 지

키지 않아 자신을 비롯하여 수많은 어리고 약한 여공들의 건강이 훼손되고 가

난이 계속되는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불의한 현실에.

대한 의로운 분노와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인간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연민을 가지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했던 전태일의 자세는 원칙 준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이를 실천한 자세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또한, .

사용자 및 당국의 부당한 억압과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맞서서,

부조리한 노동현실을 법률과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고자 자신의 시간 돈, ,

노력 나아가 자신의 생명까지도 기꺼이 내어놓은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자세는

기여 봉사 및 희생의 원칙을 지키는 자세다 전태일의 삶에서 보여주는 불의, .

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뜨거운 연민 불의한 현실에 대한 의로운 분노, ,

불의한 억압과 방해에 대한 용기 있는 반대와 저항 그리고 이기적 에고, (ego)

를 넘어서는 이타적인 희생과 기여 봉사 그리고 양심의 실천 등은 어느 시대,

나 어느 분야에서나 원칙을 지키는 것을 돕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들이다, .

전태일 평전 에 풍성하게 담겨진 이러한 보편타당한 원칙 부합적 내용들은『 』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지하의 금서 상태에서도 수만 수십만의 젊은 영혼들의,

양심을 흔들고 혼을 사로잡았다 지금도 전태일 평전 을 읽는 수많은 독자들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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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을 울리고 많은 독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

다 전태일의 삶의 자세에서 보여주는 원칙 준수를 돕는 의분 연민 용기 헌. , , ,

신 등의 자세들은 수많은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삶의 모범이 되었다 이러한 이.

유로 전태일은 아름다운 청년 으로 불리며 오늘날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소개‘ ’ ,

되고 있다 전태일의 삶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성장 과정에서 노동현실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부조리와 원칙 위반적 현실을 개선하는 데 지대하게 기여하

였다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던 사업장들을 이를 지키는 사업장으로 변화시.

키는 계기를 만들었고 공정한 보상과 처우를 하지 않던 사용자들로 하여금 공,

정한 보상과 처우를 하도록 변화시켰으며 비인간적인 처우들이 중단되어 인간,

적인 처우를 하는 현장으로 개선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우리나라의 각 사업장 및 산업 현장에서 위와 같이 노사관계 개선에 기여하게

된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타당한 원칙을 지키고자 치열하게 살았던 전태

일의 삶의 자세를 본받았던 노동운동의 지도자 및 참여자들의 원칙 준수적 열

정과 자세에 그 기여요인이 있다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부당한 부분과 극복 방안(2)

그러나 전태일 평전 의 저자가 전태일의 삶과 역사를 해석하는 관점과 의견『 』

에는 보편타당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부당한 부분들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는 그 대표적인 몇 가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

비인간적 참상의 원인에 대한 분석1)

첫째 지옥과 같은 노동 참상 비인간적 근로환경 장시간의 노동 과소 임금, ( , , ,

비인간적인 처우 등 의 본질 내지 원인에 대한 전태일 평전 의 저자의 견해를) 『 』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전태일 평전 은 불의한 참상의 원인에 대해 직접적으. “『 』

로는 기업주들의 비인간적인 횡포와 학대 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29) 근본적

으로는 가진 자 및 권력 있는 자들이 약자인 다수의 민중들을 억압하고 지배

하는 부조리한 현실의 질서와 체제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을 수없이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전태일 평전 의 저자의 이와 같은 인식은 다양한 표현으로 책의.『 』

수많은 부분에서 언급되고 있다.

조영래가 표현한 참상의 원인을 규명한 수많은 표현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

을 직접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29) 조영래 전태일 평전,『 』돌베게, , 2008. 2차 개정판 26쇄, 1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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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가 전태일 평전 에서 모든 비인간적 제반 참상과 문제의 원인이 된다『 』

고 본 것은 무려 번도 넘게 언급하고 있는 전체 사회질서와 구조 였다100 “ ” .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현실을 조영래는 소수의 부유한 자 즉 가진 자들이 권,

력을 가진 강자들과 결합하여 지배자가 되어 노동자 농민 등과 같은 다수의,

약자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그들의 정당한 몫을 착취하는 곳으로 보았다 이러.

한 점은 전태일 평전 의 위와 같은 표현들이 책의 곳곳에 흩어져 있을 때는『 』

선명하지 않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모두 한 곳에 모아보면 분명하게 드러,

난다.

조영래의 관점으로 사회를 보게 되면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나뉘도록 한,

제도와 질서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견해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견해는 부자와 빈자가 자연스럽게 나뉘어 발생하는 제도인 소유의 자유 즉 생

산수단의 사유화를 인정하는 제도와 체제인 자유시장주의 체제 자본주의 체제,

가 바로 개조되어야만 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현실이라는 결론으로까지 필연

강자의 현실이 만들어 놓은 틀 봉건시대 이래 잔존해오고 있는 억압과 피억압“ ”, “

의 관계 지배하고 명령하는 강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사람을 요구하는 강자”, “ …

의 사회 어떠한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명령이라도 아무 이의 없이 지켜야만”, “

하는 숨 막히는 계급사회 인간을 비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사회 노예사회”, “ ”,…

기업주들의 탐욕과 결탁한 노동청 아니 그 이상의 상대 인간을 학대하고 짓밟“ , ”, “

아 불구화하는 그리하여 현실이 쓰다 버린 쪽박으로 만들어버리는 저 잔혹하고,

비정한 현실의 냉혈한 얼굴을 평화시장만이 아니었다 인간을 억압하는 현실의 힘. .

은 전태일이 가는 곳 어디에나 뻗쳐 있었다 평화시장의 기업주들만을 상대로.”, “

싸워보았자 그것은 표적을 잘못 맞춘 무모한 싸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작 싸워…

야 할 대상은 억압하는 사회의 전체적인 구조와 힘이 아니었을까 기업주들의?”, “

비인도적 착취는 사회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만들어져 지배권력에게 보호받고 있

었다 노동자들만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고통받고 있는 모든 민중이 비인간적.”, “ .

인 약육강식의 질서 아래 짓밟히고 있었다 모든 인간이 서로를 적대하고 있는.”, “

이 현실 강자가 약자를 부조리하게 학대하는 이 현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 ,

구마저도 외면당해 짓밟히고 있는 이 현실은 분명히 불의한 현실이었다 그것은.

개조되어야 할 현실이었다 부유하고 강한 자들의 횡포 아래 탐욕과 이해관계로”, “

얽혀진 불합리한 사회현실의 덩어리 인간을 물질화하는 부패한 환경 생존경— —

쟁이라는 이름의 없어도 될 악마의 야만적인 질서 그것이 분해되기를 그는 바랐,

다 자본가들을 살찌우기 위한 이윤의 도구로서 기계 취급을 받으며 살고 있는.”,“

노동자들 부와 권력의 결합체가 지배하는 전체 사회현실의 거대한 덩어리가 인”,“

간성을 파괴하는 야수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태일 평전 에서 발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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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조영래의 이러한 견해는 과연 옳은 것일까 자유시장주의 체제가 발전을 거?

듭한 오늘날의 우리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이와 같은 현실 진단은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보편타당한 원칙 이념에 비추어 보면 전태일 평전 이 주목한 부당한 자유의『 』

구속 공정하지 못한 분배와 착취 비인간적인 처우 등과 같은 참상은 모두 원, ,

칙을 지키지 않는 인간들의 행동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악한 결과들이다 참상.

과 문제의 원인은 생산수단을 사유화하는 제도가 아니라 원칙을 위반한 인간

들의 선택과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체제의 기업주들 중에서도 근로자들에게 인간다운 근로환경을

제공하고 제반 법률을 충실히 지키며 공정한 원칙에 맞게 충분히 보상하고, , ,

인격적 존재로 근로자들을 존중하는 등 보편타당한 원칙을 충실히 지키며 사

업을 경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한 사업장에는 생산수단의 사유가 인정되.

는 환경에서도 조영래나 전태일이 주목한 지옥과 같은 노동 참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나뉘고 권력을 가진 자와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

가 나뉘는 제도와 질서 자체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인간에 부여된 자유 때문.

에 부와 권력은 사람마다 더 가질 수도 있고 덜 가질 수도 있다 능력 노력. , ,

운 등 제반 사정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 부와 권력이라는.

힘을 원칙을 지키며 행사하느냐 아니면 원칙을 위반하며 행사하느냐에 있다.

원칙 준수 여부에 따라 선한 현실이 될 수도 있고 악한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보편타당한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힘과 이를 방해하는 힘들은 모든 인

간의 내면과 외부에 모두 존재한다 제반 비인간적인 참상과 문제들은 인간이.

보편타당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고 원칙을 지키지 않는 주,

된 원인은 원칙을 지키지 않도록 방해하는 제반 힘들이 인간의 내면과 외부에

서 현실적인 힘으로 존재하며 인간으로 하여금 원칙을 지키지 않도록 영향력

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모든 부자와 권력자를 완전히 없게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

능하다 만약 그것이 있다면 자유가 완전히 말살된 사회다 생산도구를 국유화. .

또는 사회화하여 부자와 권력자들이 없는 사회를 추구했던 사회주의 또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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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주의 체제에서도 원칙을 지키지 않도록 하는 힘들이 모든 인간들의 내면과

외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체제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조차 원칙을

지키지 않는 현실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자유의 억압 착취 가난 질. , , ,

병 비인간적인 처우 등의 제반 참상은 동일하게 오히려 더 심각하게 발생하, , ,

였음을 인류의 역사는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전태일 평전 의 저자는 제반 비인간화의 원인을 인식할 때 원칙을 지키지『 』

않는 인간 행동들과 원칙 위반의 원인이 되고 있는 원칙 준수를 방해하는 힘

들을 보지 못하고 단지 자본과 권력이 결탁하여 민중을 억압하는 현실 제도와

질서로만 인식한 잘못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저자 조영래가 인간의 행동과 의식을 구속하는 것은 환경,

사회적 존재라는 물질이라고 보는 유물론의 관점에서 사회를 분석했기 때문이

다 물질이 아니면서도 인간 행동의 결과를 지배하는 엄연한 객관적 실재는 보.

편타당한 원칙이며 인간의 자유로운 의식은 외부의 물질과 환경이 주는 영향,

력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태일 평전 의 저자는 부유한 자와 강자들 가운데에도 보편타당한 원『 』

칙을 충실히 지키며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 산업과 사회 현장에

서 전태일이 바로잡고자 한 비참한 노동지옥이 나타나지 않은 우리 사회와 선

진 각국의 수많은 사업장들을 외면했던 것이다.

요컨대 노동참상의 문제는 제도와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노동현,

장에서 인간들인 사용자와 노동자의 선택과 행동이 보편타당한 원칙을 준수하

느냐 않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만일 불의한 구조와 제도가 있다면 그것은 그.

구조와 제도를 불의하게 만들도록 선택하고 행동한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

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제반 힘과 이를 방해하는 힘들이.

내 외부에서 작용하고 있다 인간들이 원칙을 위반하여 발생하는 제반 불의.․

하고 부조리한 참상들은 인간들이 자신의 책임 하에 부여된 선택의 자유를 바

르게 행사하거나 정의로운 강제력의 제약 등이 계기가 되어 원칙위반 행동들,

에서 돌이켜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행동을 실천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는 것

이다.

조영래는 모든 사람이 가진 자유로운 의식의 힘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는 전. 『

태일 평전 에서 그의 버림받은 과거는 그의 가난함은 그의 배우지 못함은“ , , ,』

그의 얼굴에 팬 어둡고 우울한 그늘은 그의 비천함은 그의 잔약한 체구와 질, ,

병은 그의 돼지우리 같은 집과 그의 초라한 차임새는 그가 무능한 한낱 노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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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임은 그 모두가 사회라는 거대한 기구가 지워준 십자가였을 뿐 결코 그 자,

신의 책임이 아니었다 그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일 뿐이었다. .”30)고 기

술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옳은 것일까 전태일이 삶에서 겪은 제반 문제들을 전태일만?

의 책임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태일 자신의 책임은 전혀 없다는 인.

식 역시 잘못된 것이다 환경에 영향을 받는 인간으로서의 전태일만 주목하고. ,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자유로운 능력과 책임을 가진 한 인간으

로서의 전태일을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전태일.

자신이 자유로운 의식의 힘으로 그의 버림받은 과거의 상당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의 가난함 역시 그 자신의 선택과 결정 중에 가난함의 원인.

이 되는 원칙 위반적 행동들의 누적이 그 원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일.

한 평화시장의 근로자들 중에서도 성실하고 검약한 자세로 가난을 극복한 근

로자들은 과연 전혀 없었을까 오늘날 가난을 극복한 우리 사회의 많은 우리?

의 부모 세대 사람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당시 평화시장과 같은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도 성실 근면 검약 등 원칙을 준수하는 삶의 행동들을 통․ ․

하여 가난을 극복해온 것이다 배우지 못함 돼지우리와 같은 집 초라한 차림. , ,

새 등도 전태일 자신이 배움 집의 환경 자신의 의복 등의 문제에 대하여 어, ,

떠한 의식을 가지고 어떠한 행동을 취했는지에 따라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로

개선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본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원칙들에 부합하도록 함으로써 배움을 더할 수 있었

고 집의 환경도 더 깨끗하고 편안하며 나은 환경으로 바꿀 수 있었으며 의복, ,

도 덜 초라해지도록 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장 많은 배움과 가.

장 화려한 집과 의복과의 격차를 한꺼번에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현재.

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상태를 향하여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는 있었다고 보

아야 하고 그러한 지속적인 성장 과정이 쌓이면 자랑스러운 상태로까지 발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인간에게는 이와 같은 외적이고 물질적인 성장과 발전만이 전부가 아니

다 인간의 내적인 정신적이고 영혼적인 성장과 발전도 있는 것이다 전태일의. .

과거의 물질적인 조건보다 더 비참한 상황에서도 정신적 영적 풍요로움을 누,

리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각 개인의 자유와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각 개인,

이 처한 환경보다는 본질적으로는 각 개인들이 자신의 삶의 제반 과정에서 보

30) 조영래 전게서, 2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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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타당한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삶을 살 것인가

의 선택에 따라 자신의 문제의 해결과 성장과 발전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인.

간은 자신이 가진 자유의 힘과 원칙 준수의 힘에 주목할수록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다 타인과 환경에 원인과 책임을 돌리고 자신의 자유의 힘과. ,

자신이 원칙을 지키는 행동을 포기할수록 타인과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된다 자.

신이 자유인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타인과 환경의 영향력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 역시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비인간적인 제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견해2)

다음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조영래의 견해를 살펴본다 이에 대하여 조영래는 분명한 방.

법을 제시하고 있다 억압받는 사람들이 현실의 지배 질서에 길들여진 노예의.

식을 버리고 자유인의 의식으로 깨어나서 단결하여 억압자들을 상대로 집단적

힘을 행사함으로써 억압자들이 두려워서 부당한 억압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

이라고 반복하여 설명하고 있다.

전태일 평전 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그의 표현을 직접 살펴보겠다.『 』

억눌리는 사람들이 수적으로는 아무리 많아도 조직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

은 항상 조직된 소수 에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진리이‘ ’ .

다 그러나 거기에 앞서서 우리가 이야기하여야 할 것은 바로 억압받는 사람들의.

노예의식 인 것이다 만약 그들이 이 노예의식을 벗어던지고 자유인으로서 자신의‘ ’ .

정당한 권익을 위하여 주장하고 투쟁할 결의에 차 있다면 그들의 조직화는 시간문

제일 뿐이며 조만간에 그들은 조직화된 다수 로서 조직된 소수 인 억압자들을 물, ‘ ’ ‘ ’

리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민중운동의 전진이며 이것이. ,

바로 민주화이며 어떤 경우에는 이것이 바로 진보인 것이다 우리들 근로자 한, .”, “

사람 한 사람을 떼어놓고 보면 가진 것 하나 없는 힘없는 존재들이지만 뭉쳐서,

싸우면 우리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근로조건 개선이 쉬운 일은 아니나 재단사들.

몇 명이라도 조직을 가지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노력하면 우리가 바라는 것,

만큼 다는 안 된다고 해도 적어도 근로기준법 조문 몇 개는 그대로 지켜지도록 만

들 수 있다 정 업주들이 말을 안 들으면 평화시장 만 근로자가 일제히 파업을. 3

해버리거나 데모를 하거나 하면 저희들이 안 들어주고 배겨낼 재주가 있겠느냐.

이것이 태일의 이야기의 취지였다 전태일과 그의 친구들이 택한 길은 인간의.”, “

길이었다 그것은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스스로의 힘을 확신하는 진리가 반드. , ,

시 드러날 것을 의심치 않는 억압과 착취의 저 깊은 고통의 밑바닥에서 억누를 수

없는 힘으로 오랜 침묵을 깨고 솟아오르는 새시대의 목소리였다 전태일 사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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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에 대한 조영래의 견해에는 중대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모든 지배에 대한 거부와 부정의 사고다 그는 지배자가 자신의 힘을, .

보편타당한 원칙을 지키면서 행사하는 선한 지배와 질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결코 상정하지 않았다 모든 기업주를 최대의 이윤을 목표로 노동자를 착취한.

다고 보았고 기업주의 비인도적인 착취는 사회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만들어,

져 지배 권력에게 보호받고 있으며 근로감독관과 노동청 그리고 모든 사회는,

기업주들의 죄악을 알면서도 묵인하였으며 정치가도 신문도 종교인이나 지, , ,

식인도 사회 어느 누구 어떤 기구도 노동자의 참상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31) 사회의 모든 지도층 지배기구는 기업주의 죄악을 알면,

서도 묵인하거나 보호한다고 단정했다 모든 지도자 지배자를 죄악시하고 선. , ,

31) 조영래 전게서, 209면

각성된 밑바닥 인간의 사상이다 그것은 오랜 침묵에서 깨어나서 이제껏 현실이.

자기에게 강요해 왔던 가치관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오직 스스로의 인간적인 체,

험에 의거하여 그 자신의 가슴으로 느끼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주체적인 인간의 사상이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거꾸로의 거꾸로 사, . ,

회의 거꾸로 된 가치관을 하나부터 열까지 거꾸로 뒤집어 놓는다 그것은 자기비.

하에서부터 자존으로 비굴에서 궁지로 공포와 위축으로부터 분노와 용기로 의존, , ,

과 자학으로부터 자주와 해방으로 체념과 침묵으로부터 비판과 투쟁으로 전환하,

여가는 사상 노예에서부터 인간으로 거듭나는 민중의 사상이다 노동자를 억압, .”, “

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명백히 투쟁대상으로 하여 적극적으

로 필사적으로 항의 투쟁하는 것 이것은 년 가을의 투쟁에서 택하게 되는, . 1970

방법인데 말하자면 적극투쟁주의라고 할 수 있다 데모 시위 위세와 위력을, .”,“ … …

보여줌으로써 겁을 준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떨게 한다 그리함으로써 이쪽의 요구, ,

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도록 강박한다는 것이 데모의 본질인 것이다 엉터…

리 비폭력주의자들이 무엇이라고 말하건 간에 데모란 상대편의 양심이나 자비심이

나 동정심을 구걸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쪽 편의 실력 그것이 선거에서의 투표권이, (

든 적나라한 폭력이든 사회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든 간에 을 배경으로 한 상대편, , )

에 대한 공갈인 것이다 데모 행렬의 진군의 북소리는 일상생활의 비굴에 잠겨. …

있던 모든 민중의 피를 끓게 한다 그들의 북소리는 착취와 억압이 심하면 심할수.

록 강요된 민중의 침묵이 오래되고 굳은 것이면 굳은 것일수록 더욱 크게 울려온, ,

다 그리하여 억압자의 깊은 죄의식으로 신경과민이 된 귀에는 그것은 자신의 종.

말을 알리는 불길한 조종의 첫소리로 들려오는 것이다 억압자가 수백 명의 평화.

적인 시위 행렬을 탄압하기 위해 광분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의 요구조건을,

수락하는 양보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인 것이다 역사상 모든 억압자들의 양보. ,

민권의 평화적인 승리란 본질적으로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졌던 것이

다 전태일 평전 에서 발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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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도자 및 지배자를 결코 상정하지 않는 이와 같은 과격하고 단선적인 분

석이 전태일 평전 의 중대한 문제점이다 모든 가진 자들과 강한 권력자들의.『 』

지배를 악한 억압으로 보고 가진 자와 그를 비호하는 강한 자들과 없는 자와,

약자로 나뉘게 하여 악한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악마적 제도와 질서의 현실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은 계급투쟁주의 철학이 사회를 보는 관점과 완전

히 동일하다.

정의와 불의는 소유의 다과와 권력의 강약을 나뉘게 하는 자유를 허용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에 기초한 선택행동의 결과가 보편타당한,

원칙에 부합하느냐 않느냐의 문제라는 것은 앞서 살펴보았다 보편타당한 원칙.

을 지키는 인간 행동이 선이고 보편타당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 행동이 악이,

다 기업주 중에도 노동자를 상대로 비인도적 착취를 하는 원칙 위반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근로자를 상대로 공정한 분배와 인도적 배려 및 존중을,

하는 원칙 준수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기업주의 부당한 착취를.

외면하고 비호하는 불의한 근로감독관 노동청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지식, , , , ,

인 등도 있으나 이를 용납하지 않고 바로잡으려는 의로운 근로감독관 노동청, ,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지식인 등도 있는 것이다 전태일 평전 의 저자 자신, , , .『 』

이 최고의 지식인이면서 노동자의 참상을 외면하지 않는 의로운 의식을 가지

고 있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소유의 다과 권력의 다과 지식의 다과 등으로 정, ,

의와 불의가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둘째는 실력 강제력 행사에 주목하는 해결 방식이다 전태일 평전 에서 조영( ) .『 』

래는 인간의 자유로운 양심에 호소하는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이에 대한 평전 의 서술을 직접 살펴보겠다. .『 』

이러한 관점은 타당한 것일까 지배자 및 지도자들의 모든 양심은 닫혀 있?

다고 단정하는 그 무모한 편향성이 전태일 평전 의 부당한 부분의 하나다 권.『 』

력 및 억압자는 필연적으로 양심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 잘못된 관점

이 바로 존재와 환경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한다고 보는 유물론의 관점이다 인.

진정한 호소만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억압자의 마음이란 구약성서“ .

출애굽기 속의 바로 왕의 마음이 상징하듯 굳고 완고한 것이다 기업주들과 마. …

찬가지로 노동청 관료들 또한 어떠한 관심도 아무런 감동도 연민도 양심의 아픔, , ,

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양심은 억압자의 생리 또는 관료주의의 타성.

으로 굳게 닫혀져 있었다 그것은 그들 개개인의 마음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윤리. ,

억압자의 속성인 것이다 그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진정이나 호소로 아무리 목메.

어 두드려보았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전태일 평전 에서 발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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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양심은 존재와 환경의 영향력을 넘어설 수 있는 자유 능력이 있다 양심.

이 살아 있는 피지배자나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 것처럼 양심이 살아 있는 지

배자 또는 지도자들 부유한 자들도 얼마든지 많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업, .

현장에서 전태일이 일하던 당시보다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는 정도가 오늘날까

지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온 것은 수많은 근로감독관 및 노동청 관료들의 양심,

이 열려 있었고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제적인 실력행사가 아닌 효과.

적인 진정이나 호소를 통해서도 수많은 산업현장의 문제들이 충분히 해결되어

왔고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보편타당한 원칙을 준수하도록 촉구하.

는 내용들을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의 살아 있는 양심에 호소하여

양심적인 사람들의 세력을 성장시켜 양심을 외면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원칙을

준수하는 내용을 수용하도록 호소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많다.

이러한 자유로운 방식으로도 끝내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합법적인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력을 행사하기 이전에 평화적이고 자유스.

러운 방법을 충분히 활용하여야 하고 실력행사는 마지막으로 보충적으로 활용,

되어야 한다 또한 실력을 행사하더라도 불법적인 실력행사는 금지되어야 하.

며 합법적인 실력행사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남용은 자제되어야 한다, .

강제력을 동원하기 이전에 모든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자유로운 양심에 호

소하는 평화적 비강제적 방법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평화적 방법.

으로도 대단히 많은 문제들이 효과적으로 해결된다 이와 같은 평화적인 방법.

으로도 효과가 없고 상대방이 완고하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원칙위반 행동

을 하고 있을 때 합법적이고 합당한 실력행사를 보충적으로 행사하여야 한다, .

이것이 문제해결 방법의 올바른 순서이다 이렇게 될 때 사회의 제반 문제들이.

가능한 평화적 방법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해결되게 되는 것이다 만약 평화.

롭고 자유로운 방식은 외면한 채 실력행사에만 주목한다면 사회의 제반 문제

들은 힘과 힘이 상호 충돌하는 가운데 갈등적으로 해결되고 그 과정에서 사회,

의 질서와 안녕은 중대하게 훼손된다 원칙을 기반으로 평화적이고 자유롭게.

호소하는 방법에 의한 문제 해결을 외면한 채 실력행사에만 주목했던 것은 전『

태일 평전 의 부당한 부분들이다.』

정의로운 법률과 도덕 원칙 에 대한 불신과 배격3) ( )

조영래는 자신이 법률을 전공한 변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태일이 직면했던

노동의 참상은 정의로운 법률이나 타당한 도덕 원칙 등에 호소해서는 해결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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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는다고 보았다 오히려 법률이나 도덕 원칙 등은 위선적이며 가진 자들. , ,

과 부유한 자들이 다수의 약자인 민중을 억압하는 데 기여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한 그의 견해 표현을 전태일 평전 에서 몇 개 예를 들어 보겠다.『 』

철조망 그것은 법이다 질서이다 규범이며 도덕이며 훈계이다 그리고 어떤 의“ , . . , , .

미에서는 억압이다 겹겹이 철조망을 둘러치고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지키려고 하.

는 사람들은 철조망을 넘어서려는 사람을 짓밟고 그 쓰러진 얼굴 위에다 침을 뱉

는다 쓰러져 짓밟힌 인간의 이지러진 얼굴 위로 고통스런 죄 의식의 올가미가 덮.

어 씌워진다 그리하여 철조망을 넘는 과정은 무뢰한으로 전락하는 과정 법과 질. ,

서의 테두리 밖으로 고독하게 추방되는 과정 양심과 인륜을 박탈당한 비인간으로,

밀려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인간으로 회복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그 어떤 법률과 질서와 도덕과 훈계로도 가로. ,

막을 수 없는 자신의 삶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이다 현실에 대한 모든 비판은.”, “

그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무모한 짓으로 되며 따라서 자신에 대해,

서는 불성실하게 되고 나중에는 부도덕으로까지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그는 비판.

정신의 싹을 자신의 의식 속에 싹트기도 전에 잘라 버리고 사회가 강요하는 모든,

명령 모든 가치관 모든 선전을 무조건 받아들여 순한 양 이 된다 자기 머리로 생, , ‘ ’ .

각할 줄 모르는 주체성을 빼앗긴 정신적 노예로서 길들여지는 것이다 등 어루만, .

지고 간 빼어먹는다는 말이 있다 강한 자들은 이 길들여진 양들에게 착실 겸. ‘ ’, ‘

손 온건 성실 적응성이 있다 하는 등의 온갖 아름다운 찬사를 퍼부으며’, ‘ ’, ‘ ’, ‘ ’

환영하고 칭찬하면서 최대한으로 그들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털을 뽑는다 인내. …

는 그의 영원한 금과옥조로 된다 우리 사회에서 선량 하고 성실 한 사람일수.”, “ ‘ ’ ‘ ’

록 열심히 일해서 주인의 은혜에 보답하고 라는 식의 생각을 품기 쉽다 놀라‘ ’ .…

운 것은 오히려 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였던 전태일이 어떻게 이 노예사상을

극복하고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되었던가 하는 것이다 강자에게는 절대로.”, “

저항하지 아니하고 어떤 부당한 취급을 당하더라도 고분고분 고개 숙이고 받아들,

이며 반대로 약자 앞에서는 허리를 뻣뻣이 펴고 헛기침을 한다는 것이 그들의 처,

세철학 제 조이다 그들의 사전에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나 강한 자에 대한 저항이1 .

라는 말이 없다 일제 년의 억압과 지배의 현실 해방 이후의 정치적 격동 그리. 36 , ,

고 의 혼란을 몸으로 겪으면서 살아남았던 기성세대는 이러한 비굴한 처세6 25․

철학을 뼛속까지 익힌 현명한 사람들 로 가득 메워져 있다 그뿐인가 강자들이‘ ’ . ?…

판을 치는 모든 사회기구가 한결같이 새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는 것이 적‘

응 타협 겸손 순종 온건 등의 미덕이다 적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 ’, ‘ ’, ‘ ’, ‘ ’ .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절대적인 진리 전혀 의심할 여지없는 공리, …

처럼 되어 있다 모든 권위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풀이 들어온 이 그럴. ,…

듯한 추상적 명제를 한 꺼풀만 벗겨놓고 보면 그것은 곧 어떠한 현실에건 저항해

서는 안 된다고 하는 거세된 노예가 되기를 강요하는 실로 무서운 주문인 것, …

이다 노동자의 경우는 기업주가 필요로 하는 일 잘 하고 말 잘 듣고 부지런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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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는 전태일 평전 그 어느 곳에서도 정의로운 법률 타당한 도덕 원칙, ,『 』

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법률 도덕 등은 노동자들에. ,

게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저항을 못하도록 만드는 노예의식을 강요하는 것으

로 보았다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유한 자와 강자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위선적인 제도라고 인식했다 정직 근면 검소 절약 겸손 성실 등. , , , , ,

보편타당한 원칙 등을 아무리 지켜도 부조리한 현실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법과 원칙 도덕에 대한 조영래의 이토록 과격한 실망과 비난 조롱을 어떻, ,

게 바라보아야 할까?

사람이 바로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 이다 말하자면 지배하고 명령하는 강자‘ ’ .

의 이익에 가장 잘 봉사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강자의 사회가 요구하는 이,

상적인 인간상인 것이다 어느 날 아침 그는 버스정류장에서 장사 광주리를 이.”, “

고 만원버스를 타려고 차장과 실랑이를 벌이는 한 부인을 본다 그것은 지난 여. 20

년 동안 그가 하루도 빠짐없이 지겨울 정도로 보아온 이웃의 모습 어머니의 모습, ,

그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아무 이상도 희망도 인간다운 삶의 보람도 지니지. , ,

못한 채 그저 버러지 같은 목숨을 이어보려고 아등바등 기를 쓰며 남과 다투며,

때로는 비굴하게 때로는 매몰차게 이웃을 대하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의 모습이

었다 그리고 그것은 품위니 인격이니 존경이니 하는 것들과는 담을 쌓고 세상으.

로부터 철저히 경멸당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그만 그 부인의 모습을 보고. …

통곡해버렸던 것이다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저 약하고 어질고 꾸밈없는 한 인. ?

간이 어쩔 수 없지 않았던가 여년을 겪어 보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았던. ? 20…

가 아무리 정직하게 애써도 아무리 근면 검소 절약 했어도 이 권력 있는 자? , , , (!) ,

부유한 자들이 판치는 사회현실 아래서는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지 않았던가 전?”,“

태일은 근로기준법을 화형에 처하기로 했다 그의 모든 희망의 원천이었던… …

노동자의 권리의 장전 그것을 불태워 버리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이 있어서 노동자. .

들이 살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참상은,

더욱 더 숨겨지고 전태일의 가슴은 더욱 분노로 터졌던 것이다 있으나 마나한 법. ,

평화시장을 보라 전태일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받으! .…

며 노동자들의 피땀을 밟고 그 위에 선 정부가 뻔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줄 알면

서 가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척하며 근로기준법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를,

내세우고 있는 그 더러운 위선을 발가벗겨 폭로하고 공격하고 싶었던 것이다 노.

동자들에게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권리는 종잇조,

각에 지나지 않는 그 허울 좋은 법조문에 의하여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들

스스로의 불굴의 투쟁에 의해서만 쟁취되고 지켜지는 것이라는 진리를 일깨우고

싶었던 것이다 전태일 평전 에서 발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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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도덕 원칙 등을 스스로는 지키지 않고 상대방의 무조건적 복종과 순, ,

종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그것들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조영래가 본 관점이 타

당할 수 있다 법률과 도덕 원칙 등이 지배자들의 부당한 지배를 유지하기 위. ,

한 도구로 타락해버릴 때 조영래의 견해와 같은 비난은 정당성을 가질 수 있

다.

또한 불의한 행동 즉 원칙 위반을 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들에 대,

하여 외면하거나 무조건 순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불의와 부조리를 외면.

하는 원칙 위반적 자세가 잘못된 것이라는 조영래의 견해는 타당하다 그러나.

저항하고 반대할 것은 모든 덕목 도덕 법률 등이거나 모든 현실의 제도가 결, ,

코 아니다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 옳지 않은 덕목 도덕 법률 바르지 않. . , , ,

은 제도와 현실은 반대하고 개선하기 위하여 용기 있게 맞서야 한다 그러나, .

반대로 옳은 덕목 도덕 법률 바른 제도와 현실은 지키고 따라야 한다 타당, , , .

한 법률과 질서 덕목에 순응하는 것은 바른 길인 것이고 부당한 현실을 개선,

하는 길인 것이다.

조영래가 비난한 지배자의 부당한 지배에 이용당하는 법률이나 도덕은 정의,

로운 법률이나 타당한 도덕과 원칙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다 바른 법률이나 도.

덕 원칙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 기준이다 자신은 지키지 않은 채 상대방만 지, .

키게 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지배자이든 피지배자이.

든 강자이든 약자이든 타당한 법률과 도덕 원칙은 지켜야 좋은 결과를 얻을, ,

수 있다는 일관성 내지 보편성을 가진다는 점은 이미 살펴보았다 누구든지 보.

편타당한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그로 인한 좋지 못한 결과를 피할 수 없는 것

이다.

아무리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거짓되기보다는 정직한 사람이 게으르기보다는,

근면한 사람이 낭비하는 사람보다는 검약한 사람이 더 빨리 가난에서 벗어나,

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근로자를.

포함하여 그 누구라도 거듭 반복하여 거짓되고 게으르고 낭비하는 등 원칙을, ,

위반한 행동들을 계속하고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인.

간사회의 제반 참상의 원인과 해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각 사람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보편타당한 법과 원칙을 얼마나 충실히 지켜왔고 지킬 것이

냐에 있다 각 개별 인간의 자세와 행동이 원칙 준수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주.

목하지 않고 외부의 현실적 제도와 질서에만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법이 있다

고 보는 조영래의 관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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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가 그토록 위선적이라고 조롱하면서 어떤 문제 해결에도 전혀 도움

이 되지 않는다고 한 법률과 도덕 덕목이 더욱 효과적인 문제 해결의 길을 제,

시한다.

정의로운 법률을 만들어 부당한 원칙 위반적 가해행위를 금지시키고 그 위,

반행위에 대하여 국가의 강제력으로 단속하는 것이 부당한 현실을 개조하는

데 기여한다 근로기준법을 제정하고 이 법률이 철저히 준수되도록 근로감독. ,

관 검찰 법원 업무 담당자들이 국가의 강제력을 발동하여 단속하였기 때문에, ,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비참한 수많은 현실들이 나름대로 상당 수준 개

선된 것이다 법률의 철저한 시행으로 법률 위반의 참상들이 개선된 수많은 사.

례들이 우리 사회의 노동현장의 역사에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불굴의 투쟁에 의하여 개선된 사례도 많으나 국가 공권력 담당자들이 양심적

으로 자발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여 정의로운 법률 집행을 철저히 시행

하고 단속하여 개선된 사례도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아가 사업주들이나 경영인들 중에는 정의로운 법률과 보편타당한 원칙을

잘 알고 어렵지만 용기를 발휘하여 이를 자발적으로 지키기로 결정하여 노동,

현장의 참상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노동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한 경우도,

많다 사업주나 경영인들 중에 준법의식이 살아있거나 보편타당한 원칙을 지키.

려는 양심이 살아 있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그리하여 근로기준법을 철저히 지.

키고 투명하고 정직하게 경영하며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고 근로자들을 인격, , ,

적으로 대우하는 등 보편타당한 원칙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전태일이 겪은 그

러한 참상을 예방하거나 해결한 사업장들이 우리나라 노동현장의 역사에는 수

없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불굴의 투쟁이나 정부의 강력한 강제적.

단속에 의하여 개선된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산업 현장에서 사업주나 경영자들,

이 타당한 법과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그 실행에 의하여

개선되고 예방된 사례도 무수히 많은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노동 현장의 각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보편타

당한 법률과 원칙을 지키는 것을 실현함으로써 참상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것

이다 이 방법이 정부의 강제력이나 상대방의 압박에 의하여 해결되는 것보다.

빠르고 평화적이며 후유증이 적다 따라서 이 자유로운 양심에 기초한 결행, , .

을 독려하는 방법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권장되어야 한다 정부의 단속과 상대.

방에 대한 실력행사는 자발적인 실행이 되지 않을 경우에 보충적으로 행사되

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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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영래는 가장 보충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상대방에 대한 실력행사를

가장 우선시할 뿐만 아니라 유일한 것으로 보았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실력. ,

행사 이외의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문제해결 방식들은 모두 부정했다 인간의.

양심에 기초하여 자유로운 결행에 의한 법과 원칙의 준수를 통한 문제해결을

조롱했으며 국가기관 담당자들에 의한 정의로운 법률 집행에 의한 문제해결도,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변호사로서 정의로운 법률 준수의 실행에 기여하는 것.

을 직업으로 가졌던 조영래는 전태일 평전 에서 이러한 극단적인 문제해결 방『 』

식을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반복적으로 강

변하였다 평전 의 이와 같은 법과 원칙 부정적 내용이 그 후 수많은 젊은 청.『 』

년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이 놀라움을 넘어 안타깝다 년. 1947

에 태어난 조영래 자신은 민청학련 사건으로 년부터 공안당국의 수배를1974

받아 무려 년간 도피했던 대 후반과 세 이전의 청년 시절에 전태일 평6 20 30 『

전 을 집필했다 복권된 후 년인 대 초반부터 그는 변호사 업무를 시작. 1983 40』

하여 정의로운 법률이 사회 곳곳에서 준수되도록 하기 위한 인권변호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인권변호사로서 조영래의 직업적인 삶의 모습은 정.

의로운 법률을 믿고 법률 담당자들의 양심에 호소하며 불의를 바로잡아가는

실천적 행동들이었다.

전태일 평전 의 저자인 그가 노동자들의 자주적 실력행사 즉 투쟁만을 유,『 』

일한 방법으로 보고 법률과 도덕 덕목의 실천을 통한 해결을 전면 부정했던,

청년시절의 극단적이고 부당한 견해를 법률에 호소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변,

호사 업무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바로잡아 놓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

이 남는다.

자살이라는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정당화 및 비판의 결여4)

전태일은 불의한 노동 참상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자살을 택했다 조영래는.

전태일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의 분신자살은 노동운동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정당화했다.

전태일 평전 에 나오는 그의 표현을 직접 살펴보겠다.『 』

그는 어째서 최후의 투쟁방법으로 죽음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가 라는“ ?”

질문을 던지면서 그는 이렇게 답했다 세계 어느 곳 어느 시대의 노동운동의. ,

역사에도 분신자살을 투쟁의 방법으로 한 예가 없었을 것이며 목숨을 걸고 싸,

운 노동운동가들은 있었으나 스스로의 목숨을 스스로 끊음으로써 노동운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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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시키려고 한 노동자는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그 원인을 역시

환경에서 찾았다 즉 이후 한국 사회에서 좌익세력 탄압을 핑계 삼아. 6 25‧

일체의 참된 노동운동을 말살하였고 존재한 노동운동은 정치권력의 통제 하에,

놓인 어용노동운동이었던 우리 사회현실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참된 노동운동에 대한 가열한 탄압 아무리 싸워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

는 무거운 침묵의 현실의 벽 얼음처럼 굳고 굳은 착취와 억압과 무관심의 질,

서인 부조리한 현실에서 진정서나 말로 하는 호소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

직 자신의 젊은 스물둘의 젊은 목숨을 아낌없이 던지는 모범 불타는 육탄 불, ,

타는 노동자의 육탄뿐이었다고 거듭 거듭 주장했다.32)

그러나 전태일이 택한 분신자살이라는 운동방법에 대한 조영래의 관점은 타

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 이유로는 먼저 인간의 생명보다 상회하는 가치를. ,

가진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무리 큰 경제적 가치도 아. ,

무리 큰 정신적 가치도 한 인간의 생명과 바꾸는 것이 정당화되기 어렵다 인.

간의 생명이 아닌 경제적 이익이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해소를 위해 인간의,

생명을 희생하는 일은 그 경제적 이익이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아무리 크더,

라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잘못된 선택이다.

다음으로 생명을 구한다는 숭고하고 의로운 가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

는 것이 때로는 정당화될 수 있다 가장 고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려움에 빠진 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희생적.

구난활동 과정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자신은.

달려오는 열차에 치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부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부대 안.

에 떨어진 폭탄을 자기 몸을 던져 막으려다가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표면적으로는 자살이거나 자살과 동일시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타살이지 자살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타살당.

하는 것은 가치 있는 희생으로 원칙에 부합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 이외에 아무리 높은 가치를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살은 옳은 길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부당하고 옳지 않다 따라서 자살을 교사하거나 돕는.

것은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33) 인간의 생명은 인간 존엄성의 기초이며 모든

것에 우선되는 근원적인 가치다 따라서 인간의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그것이 자신의 생명이든 타인의 생명이든 동일하다 살인해서는 안. .

된다는 것은 인간 사회 어느 곳 어느 시대에나 당연시되는 보편타당한 원칙이

32) 조영래 전게서, 288면

33) 형법 제252조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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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인간의 생명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고귀한 목적을 위해 생명을.

희생시키더라도 그 방법은 스스로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을 죽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자살을 결정하는 것 외에 일체의 대안이 없는 사정은 생각하기 어렵

다 자살을 하지 않을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상황은 거의 없다 그 어떤 상황. .

에서도 자살을 택하지 않을 자유는 있는 것이다 환경과 상대방이 자신에게 주.

는 고통들이 아무리 극심해도 그 고통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의 생명을 빼

앗는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극심한 고통이 경제적인 것인지.

정신적인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생명보다 앞설 수 있는 고통의 해소는 없다 자신의 고통이든 타인의.

고통이든 이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의 생명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오직 생.

명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다 자.

신의 생명이나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불가피하게 빼앗는

것은 정당방위 긴급피난이나 국가 간의 전쟁과 같은 상황이 아닌 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

놓는 것은 고귀한 결단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자신의 생명을 잃을 수 있.

는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을 수는 있어도 자신의 생명을 자기 스스로 거두는

방법이어서는 안 된다.

전태일은 아무리 현실이 불의하고 고통스러우며 돕고 싶은 여공들의 참상이,

아무리 비참하더라도 목숨을 걸 각오로 살아서 노동운동을 하는 길을 선택했,

어야 한다 그는 자살보다 덜 효과적이라고 하더라도 자살이 아닌 다른 방법으.

로 불의한 노동참상을 고발해야 했다 그가 해결하고자 하는 가치가 아무리 고.

귀하다고 해도 사람의 생명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살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는 조영래의 평가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전태일의 분신자살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운동 학생운동 민주화 운동의 역, ,

사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을 운동의 방법으로 택한 사람들이 수없이 계

속 이어졌다 대중운동 과정에서 자살이 정당한 운동방법으로 평가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년대 중반 학생운동 과정에서 자살을 하는 대학생들이 이어졌다1980 .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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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한 해에만도 서울대학교에서만 학생운동 과정에서 무려 명의 젊은 대학생4

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서울대학생 김세진 당시 세 이재호 당시 세 가 같. ( 21 ), ( 21 )

은 해 월 일 대학생 전방입소 교육을 거부하며 몸에 시너를 붓고 분신자살4 28

했다 서울대학생 이동수 당시 세 가 같은 해 월 일 문익환 목사 교내 연. ( 24 ) 5 20

설 중 학생회관 층 옥상 난간에서 민주화 구호를 외치고 분신 후 건물 아래4

로 투신자살했다 서울대학생 박혜정 당시 세 은 이동수의 분신 및 투신자살. ( 21 )

을 목격한 후 다음날 한강에 투신자살했다 전태일의 분신자살 이후 학생 운동.

과정에서 전국의 대학교에서 전태일과 같은 대 초반의 젊은 청년 대학생들20

의 자살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심지어 고등학생들 재수생의 분신 투신 및 음. , ,

독자살도 이어졌다 몇 명의 학생들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살했는지 정확한.

통계를 접하기 어렵다 다만 사단법인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 유가협. ( )

홈페이지에 있는 공개 자료에 의하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살을 택한 학생,

들은 전태일의 분신자살 이후 년대 후반까지 무려 명에 이른다1990 34 .

운동의 수단으로 자살을 택한 것은 청년학생들만이 아니었다 산업현장에서.

도 근로자들이 노동운동 과정에서 자살을 택하는 사례는 계속 이어졌다 학생.

들보다 더 많은 근로자들의 자살이 계속 이어졌다 노동운동 과정에서 정확하.

게 몇 명의 근로자들이 자살하였는지 통계를 접하기 어렵다 그러나 역시 유가.

협 홈페이지에 있는 공개 자료만으로도 전태일의 분신자살 이후 년대 후1990

반까지 노동운동 과정에서 자살을 택한 근로자들은 무려 명에 이른다44 .

근로자들의 노동운동 과정에서의 자살은 년대에 들어서도 계속되었다2000 .

제가 개별 기업의 노사관계 개선 과정에 대해 자문하던 기간에도 두산중공업

노조위원장 배달호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 세원(2003. 1.), (2003. 10.),

테크 노조위원장 이해남 등의 근로자가 분신 투신 등의 방법으로(2003. 10.) ,

자살을 했다.

노동운동 과정에서 향후에는 자살을 수단으로 택하는 사람이 없으리라고 누

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과정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여도 자살을

결행하는 데 영향을 준 환경이나 상대방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강한 비난을 가

할 뿐 자살을 결행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과 책임에 대해서는 바른 비판을 하,

기 어려운 분위기가 우리사회에는 존재해 왔고 지금도 존재한다.

대의 중년이 된 당시 조영래 자신도 평소에 전태일의 분신 이후 연이어졌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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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이 땅의 숱한 자살들을 보면서 행여 자신이 저술한 전태일 평전 이 그러한『 』

죽음들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았나 자책하는 말을 되뇌이곤 했다고 한다.34)

그 자신이 가슴 아프게 자책한 것은 그가 대 후반의 나이에 집필한 전태일20 『

평전 에서 자살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역설했을 뿐 자살의 회피 가능성과 부,』

당성을 설명하지 못한 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이 전태일 평전 은. 『 』

그 후 대중운동 과정에서 자살을 택한 수많은 젊은 청년들의 결정과 행동에

직접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자책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이었, .

다 그 자신이 세상을 마감하기 전에 자살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글로 남겨서라도 자살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바로잡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 보고 있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도 자살을 시종일관 반대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현장들을 찾아다니며 더 이상 젊은 목숨이 죽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태일.“

이의 죽음을 따르지 말고 살아서 싸워야 한다 는 것이 이소선 여사의 일관된”

소신이었다.35) 이소선 여사 역시 숱한 학생과 노동자들이 전태일 평전 을 읽『 』

고 죽음으로 항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괴로움에 시달렸다고 고백하고 있

다.36)

자살을 결행하게 된 상황에서 자살자가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고통 자살을, ,

통해 바로 잡고자 하는 상황의 불의함 자살이 초래할 각성 효과의 지대함 등,

을 모두 이해하고 동의하더라도 자살이 바르고 타당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해야 한다 목숨을 걸 각오는 하더라도 살아서 불의와 싸워야 한다 숭. .

고한 가치와 많은 사람들의 커다란 이익을 위해 죽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목숨을 스,

스로 거두는 결정이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생명은 인간 스스로의 능력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인간들 중 그 누.

구도 인간의 생명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식물도 동물도 물질도 인간의 고귀. , ,

한 생명을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 인간의 고귀한 생명은 그 생명을 만든 존재.

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이 스스로의 생명을 중단시킬 수 있는.

능력과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창조하여 만든

것이 아닌 이상 자신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34) 조영래 전게서, 10면

35) 오도엽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이소선 여든의 기억 후마니타스 면 면, ( ) , , 2009. 1., 128 , 201 , 222『 』

면 면, 229

36) 오도엽 전게서, , 24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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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부여받은 생명은 타인이나 타인들의 고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자

신의 생명을 빼앗길 수 있는 타살적 상황을 감수하는 방법으로 희생하는 방법

이외에는 생명보다 앞설 수 없는 가치를 위해 희생하거나 자살이라는 방법으

로 희생하는 것은 고귀한 생명을 부여해준 존재의 의도에도 결코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결론4.

이상에서 전태일 평전 의 내용을 보편타당한 원칙에 비추어 검토해 보았다.『 』

전태일 평전 은 우리가 마땅히 수용하고 따라야 할 보편타당한 원칙들을 풍『 』

성하게 담고 있다 전태일의 불의에 대한 강렬한 정의감 고통을 겪는 사람들. ,

에 대한 뜨거운 연민 정의를 실현해 보기 위한 치열한 노력과 헌신적 활동 등,

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높이 평가될 것이며 존중될 것이다.

그러나 평전의 내용 중 보편타당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분별력을

발휘하여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불의한 환경 및 현실의 문제점만 보고 그.

현실을 만들어 내는 원칙 위반적 인간행동들에 주목하지 못한 점 실력행사에,

만 주목하고 보편타당한 법 도덕 종교와 인간의 자유로운 양심의 위력을 외, ,

면한 점은 바로잡혀져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을 건 희생에 대하여 자살이.

타당하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태일 평전 의 내용을 보편타당한 원칙에 비추어 우리가 수용하고 따라야『 』

할 내용들과 극복하고 보강해야 할 내용들을 분별하는 것은 전태일이 가진 기

본적인 동기인 정의롭고 타당한 정신을 바르게 계승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

리고 이는 전태일 평전 의 내용 중 보편타당한 원칙에 부합하지 않아서 우리『 』

사회에 던져 줄 부담과 과제들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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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론에 기초한 계급투쟁론 비판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노동자적인 시각과 언어로 다시 썼으면 좋겠다는 고백“ ”

중고교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근현대사 도서 중 전태일 평전 이 손꼽히고 있『 』

고 최근 역사교과서에서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인물로 전,

태일이 꼽힌다고 한다 조영래변호사는 전태일 평전 에서 계급투쟁 이라는. ‘ ’『 』

말을 직접적으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상적 거부감을 거의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계급투쟁주의 이념 의 핵심내용들을 교묘하게 전달하고자 했‘ ’

다.

장기표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전태일 평전 은 기독교의 성경과 같『 』

은 의미를 가지는 전태일 복음서 라고 했다 노동자 해방을 위해 자신의 생명‘ ’ .

을 희생한 전태일 자신은 인류를 죄로부터 해방하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희

생한 기독교의 예수와 같은 존재이고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 여사는 예수의 모,

친 마리아와 같은 존재이며 전태일 평전 의 저자인 조영래 변호사는 신약성, 『 』

경의 가장 많은 부분을 저술한 바울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격화는 전태일과 조영래 모두에게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태일 평전 의 산파 역할2 . 『 』

을 한 전태일기념사업회 지도위원인 민종덕 의 진술에 의하면 조영래는 이‘ ’ , “

책이 어쩌면 지식인 취향으로 써진 것 같은 데 누가 노동자적인 시각과 언어,

로 다시 썼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자적인 시각과 언어로 다시 썼” . “

으면 좋겠다는 바램의 의미는 무엇인 가 전태일 평전 은 조영래 시각에 경” . 『 』

도 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태일 평전 은 조영래의 사고를 담( ) .傾倒 『 』

아낸 책일 수 있다.

둘째 장기표는 전태일 평전 의 평가를 현실에 맞게 수정했다 년 전태. 1995『 』 『

일 평전 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람들의 가장 비범한 삶 이란 꼭지 글을 통해“ ”』

자신이 바라본 전태일을 적는다 장기표는 전태일의 비범한 투쟁 보다 그 밑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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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에 흐르고 있는 그의 사람과 열정과 지혜와 성실에서 더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사로만 인식되는 것이 억울할 정도로 그는 따듯하고 고결.

한 인품이 돋보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성자 의 인품을 가졌다는 것이다. ( ) .聖子

장기표는 인간의 명석함이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

한 사랑에서 얻어지고 깨달아지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사랑이야말로 지식과.

지혜의 원천으로서 무한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전태일의 삶에

서 배워야 할 최대의 교훈이라는 것이다 장기표는 가장 인간적일 때 가장 진. “

보적이라는 명제 를 배우게 된다고 했다 이는 장기표 역시 전태일 평전 이” . 『 』

지나치게 격하게 그리고 계급투쟁적인 관점에서 기술되었음을 수용하는 것이

다.

조영래는 전태일 평전 에서 전태일의 생각을 사상 으로 정리한다 생각에‘ ’ .『 』

철학과 가치의 옷을 입힌 것이다 전태일 평전 의 제 부 제목은 전태일 사. 4 ‘『 』

상 이다 조영래는 전태일 사상 을 본문이 아닌 부 제목 으로 선택했다’ . ‘ ’ ‘ (part) ’ .

하지만 전태일 사상 에 흔쾌히 동의하기 어렵다 전태일의 공식 학력이 짧아‘ ’ .

그를 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예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주장을 폈다면 공공의 적 이 되고도 남는다‘ ( )’ .敵

조영래가 정리한 전태일 사상 의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태일‘ ’ 4 . ,

사상은 밑바닥 인간의 사상이다 둘째 전태일 사상은 각성된 밑바닥 인간의. ,

사상이다 셋째 가치관의 전환을 통해 저항과 투쟁의 길로 들어선 사상이다. , .

넷째 그의 사상은 근본적인 개혁의 사상 행동의 사상이다 그렇다면 분노에, , . “

서 거듭난 참인간 전태일의 생각 으로 표현돼야 한다 좀더 축약된 표현을 찾” .

는다면 참인간 전태일의 생각 도 좋았을 것이다 부의 제목을 작위적인 전“ ” . 4 ‘

태일의 사상 으로 달음으로써 도리어 전태일의 인간적인 면모를 삭감시키는’ ,

우를 범하고 말았다 전태일 평전 은 전태일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평전작가. .『 』

조영래의 독선 에서 비롯된 것이다‘ ’ .

유물론에 기초한 계급투쟁이념 비판

조영길 변호사는 전태일 평전 을 저술하면서 견지한 유물론에 기초한 계급『 』

투쟁이론을 다각도로 비판하고 있다.

계급투쟁주의 이념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계급과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 사이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본다.

어느 한 계급의 이익은 다른 계급의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인식한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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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의란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공정하고 타당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소

수의 지배자인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버리고 다수의 피지배자인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상대적이고 당파적인 철학관을 타당하다.

고 믿으면 다수의 사회적 약자의 최대이익 추구와 보편타당한 원칙이 충돌하,

는 경우 보편타당한 원칙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게 된다 다.

수의 이해관계를 타당성보다 앞세우는 관점이다.

상대적 당파적 철학관의 기초를 이루는 대 원천은 변증법적 유물론 유물사3 ,

관 계급투쟁 사관 그리고 정치경제학이다 하지만 마르크스 이론은 경험론적( ) . ‘

으로 사회주의 체제의 종식과 더불어 용도폐기 됐다고 봐야 한다’ .

인간의 의식은 유물론에서 이야기하듯 물질적 존재인 환경의 지배를 받는

가 하지만 인간은 물질적 존재인 환경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자?

유로운 힘도 가지고 있다 빅터 프랭클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이렇게 웅변하고.

있다 강제수용소가 인간으로부터 많은 자유를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 “

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은 이것이 옳다,

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진리이다 자유를 가진 인간의 의식이 그 폭력 앞.”

에 자신의 자유를 넘겨준다는 결정을 하지 않는 한 인간의 자유로운 의식을,

지배하지 못하는 것이다 유물론의 기반이 붕괴되면 마르크스 사회주의 이론. ,

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마르크스 계급투쟁이론에 경도된 조영래 변호사의 시.

각은 마땅히 교정되어야 한다.

전태일 분신에도 봉제 노동조합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년 월 전태일 분신이후 결성된 청계피복 노동조합은 조직 강화를 거1970 11

쳐 년부터 년 강제해산 이전까지 다양한 이슈를 중심으로 노동운동1975 1981

을 지속했다 하지만 전태일의 분신에도 불구하고 노조활동은 활성화되지 못했.

다.

년대 초반은 평화시장 봉제공장의 분산기로 팀생산과 객공제 가 일반화되80 , ‘ ’

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을 갖춘 인맥으로 형성된 객공제에 의한 팀생산. ‘ ’

은 작업장의 규율 및 사업주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왔다 이는 나름 진일보한 노.

동형태이다 전태일 평전 에서 줄기차게 제기된 업주에 의한 착취 는 완화되. ‘ ’『 』

었다 착취적 노사관계가 계약관계 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관계로. ‘ ’ .

의 전환이 노동자의 삶의 질 을 높이지는 못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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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대 후반에는 급속한 수직적 하청생산 확산으로 고용관계가 크게 변했80 ‘ ’

다 많은 피고용자가 영세사업장의 사업주로 변했다 이로써 사업장 내에서의. .

노사관계의 틀에서 결정되었던 임금 및 고용 형태 등이 하청 네트워크를 통해

자본대 자본 의 관계의 틀에서 결정되게 되었다 이는 저임금과 통제에 따른‘ ’ .

장시간 노동에서 하청관계의 위계열위 및 낮은 단가에 따른 장시간 노동으로

의 전환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장 단위가 더욱 소규모화 되면서 사회보.

장 혜택의 미 적용지대에 잔류하게 되었다( ) .未

전태일이 청계 노동현장에 종사했던 년대 말부터 년까지 청계 피복1960 1970

시장은 완전경쟁 시장 에 가까웠다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았고 노동 법제가‘ ’ .

미쳐 정비되지 않아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이 최소화 됐다 업주는 경쟁에서 도.

태되지 않기 위해 생산방식을 유연하게 하고 위험을 최대한 분산했다 결과적.

으로 청계피복 노동시장은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했다 그렇기 때문에 청계.

피복시장은 짧은 시기에 크게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년대 중반 평화시장. 70

의 노동자는 최대 만 천명으로 추정된다 평화시장 주변의 소규모 봉제공장2 8 .

을 묶어 한 개의 기업 으로 의제시키면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초대형 기‘ ’ ,

업이 아닐 수 없다 고용기회가 그리 많지 않던 그 당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청계피복 시장은 한국경제 성장을 이끈 견인차였다.

전태일이 구상한 모범업체의 실패 이유

생산양식과 고용형태는 시장에서 내생적 으로 결정된다 생산양식과 고용형‘ ’ .

태를 규제로 제약을 가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

의 본질은 전태일 평전 이 그토록 성토한 업주의 악덕 이 아닌 봉제 산업의‘ ’『 』

특성 그 자체였다 봉제 산업의 특성상 노조가 쉽게 만들어질 수 없었고 설령. ,

만들어진다해도 노조활동이 활성화될 수 없었다 결국 전태일 평전 은 악덕. 『 』

업주라는 허수아비 를 공격한 것이다 청계 근로자에 대해 노예 운운한 것은‘ ’ .

논리비약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전태일이 구상한 모범기업 이 실패한 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 . 근

로자들에게 인간다운 근로환경을 제공하고 공정한 원칙 생선성에 상응하는 에, ( )

맞게 충분히 보상하고 인격적 존재로 근로자들을 존중하는 모범기업이 왜 만,

들어지지 않았느냐 이다 전태일의 사업구상에 누구도 출자하지 않았기 때문이.

다 그러면 전태일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자금을 모을 수 있었을 가 그. ?

렇지 못할 것이다 국가가 나서 봉제공장을 직접 차려 적자를 감수하지 않는.

한 파격적인 임금 상승은 불가능하다 결국 그 당시 시장임금 이상의 임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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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하기는 어려웠다.

에필로그

당시 평화시장 여공의 삶이 궁핍했던 것은 누가 착취를 해서가 아니라 그 이

전 시대로부터 가난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여공의 삶의 한 단면만 보고 당시.

를 착취사회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그 같은 가난은 일거에는 아니지만 조금.

씩 극복됐다 평화시장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평화시장 노동자의 삶의.

처지를 개선시켰음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누가 청계시장의 피해자인 가 여공이 피해자 인가 아니다 평화시장의 어린. . .

여공들은 인생여정에서 나름의 유능한 항해사였다 악조건에 굴하지 않고 스스.

로의 운명을 개척했다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했고 기술을 배웠으며 일부는 자.

신의 사업을 일구었다 가난과 맞서면서 키운 시장에서의 전투력 이 그녀들을. ‘ ’

일으켜 세웠다 전태일 평전 에서 그렇게 성토의 대상이 된 악덕 업주 도. ‘ ’『 』

유능한 항해사였다 그들도 악착같이 돈을 벌어 자본축적에 일조했다 그리고. .

청계여공의 삶의 처지를 개선시킨 것은 역설적으로 악덕 업주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저임과 착취를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착취의 결과 저임이 아닌. . ,

노동이 남아돌아 저임이었다 지금 저임금은 해소되었다 악덕 기업주가 도덕. .

성을 회복해서 인 가 그렇지 않다 노동은 더 이상 남아도는 생산요소가 아? .

니기 때문이다.

전태일 평전 은 전태일을 소재로 조영래의 시각에서 저술된 것이다.『 』 전태일『

평전 비판적 읽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재해석함으로써 평전이 시대착오적 계』

급투쟁이론의 숙주가 돼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